중학생 김모(14)양에게 이번 학기는 악몽과 같았다. 반 친구 몇몇이 자신의 안티카페를 개설, 인터넷에서 지속적으로 사이버폭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정말 더러워" "너무 재수 없어" 같은 비방글을 올리더니 최근에는 포토샵으로 얼굴을 찌그러트린 김양의 사진을 올리는 등 수위는 점차 심해졌다. "그러지 말라"고 이야기해 봐도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비웃음거리로 삼기 일쑤였다. 김양은 "다른 친구들도 같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전처럼 친구들을 대하기가 어려워졌다"며 "다른 학교로 전학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금품을 빼앗거나 강제로 심부름을 시키는 등 전통적인 학교폭력은 감소추세인데 반해 사이버폭력과 언어폭력은 증가하고 있다. 중학생과 여학생이 사이버폭력 피해를 가장 많이 입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는 28일 지난 9월 9일부터 10월 18일까지 전국 초등 4학년부터 고등 2학년생 454만명과 학부모 89만8,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3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그 결과 학교폭력을 경험한 학생은 7만7,000명(전체의 1.9%)이었다. 학교폭력 피해학생 비율은 지난해 1차 조사 때 12.3%였으나 같은 해 2차 조사 8.5%, 올해 1차 조사 2.2%로 감소 추세다. 강제심부름, 금품갈취 등의 피해건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사이버폭력은 오히려 늘었다. 올해 1차 조사 때 9.1%에서 2차조사 때 9.7%로 증가했다. 특히 카톡 등을 더 많이 쓰는 여학생의 사이버폭력 피해는 16.4%로 심각했다. 사이버 따돌림, 안티 카페 등 사이버공간에서 괴롭힘을 당한 것이다. 남학생(2.2%)보다 8배 가량 많다. 학교급별로 보면 중학생의 피해율이 9.9%로 가장 높았다. 초등학생과 고교생은 각각 6.6%, 6.5%였다.
학교마다 설치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사이버폭력에 대해 심의한 비율 역시 지난해 1학기 530건(2.8%)이었으나 올해 1학기에는 598건(5.4%)로 증가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감정조절을 하지 못하고 즉각적으로 욕구를 충족하려는 청소년의 특성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성화, 스마트폰 보급 확대 등 변화한 환경 조건과 맞물리면서 사이버폭력 증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사이버폭력이 신체적 고통을 주는 직접적인 폭력보다 피해가 심하다고 지적한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화해분쟁조정센터 최희영 팀장은 "인터넷에 게재된 글은 피해학생이 계속 반복해서 보게 되고, 자기 의사와 상관 없이 확산돼 불특정 다수로부터 공격을 받는 2, 3차 피해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피해학생들은 사이버폭력(82.3%)이 집단따돌림(82.8%)에 이어 정신적 고통이 크다고 답했다.
학부모 49.4%(44만3,000명)은 학교폭력이 심각하다고 답했고, 인터넷 등 대중매체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생각했다. 교육부 김영진 학교폭력대책과장은 "건전한 인터넷 이용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치는 등 사이버폭력과 언어폭력에 대한 맞춤형 대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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