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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내부고발자의 금의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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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내부고발자의 금의환향

입력
2013.11.28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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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내부 고발자의 삶은 대개 팍팍하다. '조직'을 등진 '괘씸죄'에 걸려서다. 배신자 낙인 앞에 공익(公益)이라는 가치는 빛이 바래기 일쑤였다. 하지만 예외도 없지 않다. 2009년 군납 비리를 폭로한 뒤 '조직의 쓴맛'을 보고 군복마저 벗어야 했던 국민권익위원회 국방보훈민원과 김영수(45ㆍ예비역 해군 소령) 조사관이 그 주인공이다.

김 조사관은 28일 조직의 치부를 폭로했다는 이유로 자신을 내쫓은 국방부의 강단에 섰다. 2011년 6월 해군을 떠난 지 2년 5개월 만의 금의환향(錦衣還鄕)이었다. 이날 그는 서울 용산 국방부 내 국방시설본부 강당에서 '군인의 청렴성'을 주제로 1시간여의 강의를 끝낸 뒤 약 150명의 국방시설본부 소속 현역 군인들과 군무원들로부터 커다란 박수를 받았다.

2011년 8월 권익위 조사관으로 새 삶을 시작한 그가 군 부대에 강사로 초빙된 것은 처음이다. 지난 5월 방위사업청에서 먼저 '부패 방지' 관련 강연을 하기로 돼 있었지만 전날 취소 통보를 받았다. 시설본부에서 만난 김 조사관은 "비리를 제보하고 전역했는데 그런 주제로 군 부대에서 강의를 하게 됐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라며 "조직원들로부터 내 행동의 정당성을 인정 받은 것 같아 감개가 무량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자신을 부른 정주교(육군 소장) 시설본부장의 결정에 대해서도 "전향적"이라고 평가했다.

사건은 그가 2006년 계룡대(육ㆍ해ㆍ공군 통합기지) 근무지원단에 부임하면서 시작됐다. 군수품과 예산을 담당했던 그는 당시 간부들이 사무용 가구와 전자제품을 정상가보다 일부러 비싸게 사들인 뒤 차액을 가로채는 수법으로 수억원을 빼돌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국고 낭비가 2003~2005년 3년 간 최소 9억4,000만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그는 이를 국방부 검찰단 등 군내 수사기관에 신고했지만 번번이 기각됐다. 당시 국가청렴위원회(현 권익위)가 고단가 수의계약 사실을 인정했지만 소용 없었다. 결국 김 조사관은 2009년 10월 MBC 시사교양프로그램 'PD수첩'에 출연해 비리를 고발했고 방송 뒤 사건을 재수사한 국방부는 비리 군인 31명을 형사처벌했다.

이후 김 조사관은 '진급에 불만을 품어서 그런다'는 음해에 시달렸다. 기소유예 처분을 받기는 했지만 뇌물공여죄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보급 주특기와 무관한 국군체육부대로 발령을 받기도 했고 막판에는 직제에도 없고 책상도 없는 보직을 받았다. 2011년 2월 권익위에서 주요 부패 신고자로 선정돼 '보국훈장 삼일장'을 받았지만 조직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김 조사관은 넉 달 뒤 스스로 전역을 택했다.

같은 해 8월 그가 권익위 조사관 공채에 합격한 것은 부패 고발 경력과 훈장이 준 '10% 가산점' 덕분이었다. 김 조사관은 "내부 고발자로서 유일하게 잘 풀린 사례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 이날 강연에서 대부분 후배일 시설본부 직원들에게 자신처럼 '폭로하라'고 하지 못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정의는 짧고 직장 생활은 깁니다. 이게 현실이에요. 부드럽고 현명한 정의의 길도 있다는 조언을 해주고 싶었어요. '맞짱'을 뜨지 않고 우리 같은 전문가와 상담하는 게 그 길입니다."

그는 기득권층의 위선이 모순을 강요한다고 지적했다. "'업무 적응 미숙'이라는 명목으로 저를 징계한 공문서를 보면 '부패 방지 나의 책임 부패 신고 나의 의무'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요. 하라는 대로 했더니 처벌한 꼴이죠. 국가공무원법, 부패방지법 등 법에 의해 보호를 받는 저조차 이렇게 힘들었습니다. 그런 법에조차 기댈 수 없는 사기업 직원들의 현실은 더 험난합니다. 겉으로는 정의 사회를 외치면서 내부 고발자가 '왕따'가 되지 않도록 비리 신고를 강제할 수 있게 법제화하는 걸 주저하는 권력층 탓이 큽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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