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조 바이든 부통령의 동북아 순방을 계기로 균열조짐을 보이고 있는 한ㆍ미ㆍ일 '3각 동맹'의 복원을 꾀하고 있다. 방공식별구역 설정 등 연일 힘을 앞세운 중국의 공세에 맞서 3국 안보 공조체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걸림돌인 한일관계의 조정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27일(현지시간) 기자들과의 콘퍼런스 콜에서 "바이든 부통령이 내달 1~8일 일본, 중국, 한국을 차례로 방문해 한일 과거사 문제와 중국의 동중국해 방위식별구역 선포로 빚어진 동북아 긴장해소 방안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순방 의제는 당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북핵 문제였으나 방위식별구역 등 돌출 현안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 당국자는 "바이든 부통령이 일본에 20세기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해 주변국들과 협력하도록 권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 등 주변국에도 일본의 긍정적 움직임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할 것"이라고 말해 일본의 조치에 한국도 따라야 한다는 미국 입장을 밝혔다. 이 당국자는 "어느 나라도 상대방에게 문제를 야기할 행동을 해선 안 된다는 게 미국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자제'와 '인내'를 주문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미국 조야에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 이후 한일 갈등을 빨리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이와 함께 "바이든 부통령이 중국 방문에서 방위식별구역 설정에 대한 미국의 직접적 우려를 전달하고 중국의 의도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지도부에게 최근 행동에 따른 아시아 주변국과의 갈등이 누구에게도 이익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할 것"이라면서도 "이는 외교적 항의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미국 언론들은 바이든 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각별한 인연이 있고 시 주석도 분쟁보다 경제개혁을 우선시하고 있어 최근 냉각된 양국 관계가 풀릴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오바마 행정부의 대아시아 정책을 총괄하는 에반 메데이로스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도 비공개로 한국을 찾아 바이든 부통령 방한에 따른 의제를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28일 "메데이로스 보좌관이 전날 한국에 도착해 김규현 외교부 제1차관과 청와대 인사들을 만났다"며 "돌발 일정은 아니며 내주 바이든 미국 부통령 방한에 앞서 사전 점검 차원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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