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ㆍ복장의 자유, 체벌과 소지품 검사 금지 등을 규정한 서울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무효확인 청구소송이 각하돼 조례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마무리됐다. 교육당국이 교육 문제를 법으로 해결하려다 학교현장의 혼란만 부추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28일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교육부 장관이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낸 학생인권조례 무효확인청구 소송에 대해 소송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각하했다. 지난해 1월 26일 이주호 당시 교육부 장관은 곽노현 당시 시교육감에게 학생인권조례 재의 요구를 시의회에 하도록 요청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대법원에 제소했다. 이에 대법원은 장관이 재의요구를 할 수 있는 기한(20일)을 넘겨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선고를 1년 10개월여 끌었지만 정작 조례 내용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았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장관이 교육감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청구에서 학생인권조례 공포 강행은 장관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고 보고 기각했다.
교육부와 시교육감, 시의회가 학생인권조례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며 법정싸움을 벌이는 동안 그 피해는 애꿎은 학생들에게 돌아갔다. 문용린 교육감이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보자'는 태도로 일관하면서 조례를 무력화했다. 조례를 근거로 학생인권을 주장하는 학생들과 조례는 무효라며 이를 억누르는 교사간 갈등을 부추기기도 했다. 한상희 시교육청 학생인권위원회 위원장(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소송이 걸려 있는 바람에 조례가 제대로 집행되지 않았다"며 "정말 교육을 생각하는 교육감이라면 조례의 효력을 인정하고, 문제가 되는 부분은 학생인권위와 의논하자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문제를 정치논리로 접근해 교육현장에 분란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밀어붙인다는 방침이어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신병찬 시교육청 학교생활교육과장은 "소송 요건이 불충분해 각하된 것이지 조례의 위법성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연말까지 조례 개정안을 만들어 시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홍이 시의회 교육위원장은 "변호사 등의 자문을 거쳐 문제없이 통과됐고 내용도 유엔 아동권리협약 등에서 규정한 보편적인 인권을 다루고 있어 개정은 불가하다"고 밝혀 시의회-교육감 사이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그는 "문제가 있다면 의회와 상의를 해야 하는데 무조건 '진보교육감의 업적이어서 안 된다'며 발목잡기를 하면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위해 강인수 수원대 교수팀에 용역연구를 의뢰했지만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문 교육감이 후보자 때부터 문제가 있다고 밝힌 조항은 차별 받지 않을 권리와 소지품 검사 금지 등이다.
교육부는 전북 학생인권조례에 대해서도 대법원에 무효확인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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