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산책을 가끔 하는 편이다. 우리 동네는 서울 외곽 변두리 지역에 속해서 아직도 골목길이 많이 남아 있다. 나는 잘 정비된 산책로보다는 이처럼 사람이 살고 있는 징후가 뚜렷한 골목을 산책하는 게 훨씬 즐겁다.
산책을 하다 보면 버려진 가구들을 자주 만난다. 책장도 있고 화장대도 있고, 서랍장도 있고 심지어는 침대와 장롱 같은 것도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의자다. 버려진 의자를 보면 그냥 지나치기가 어렵다. 의자의 쓰임새는 사람들이 앉아서 쉬게 하는 것이다. 사람의 몸무게를 지탱하면서, 그 사람의 휴식을 안간힘으로 보장하는 게 의자의 역할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세월의 무게를 감당하다 보면 의자 역시 무릎이나 관절이 상하기 마련이다. 그러면 삐거덕대다가 결국 더 이상 무게를 지탱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 문 밖에 버려지는 것이다. 의자의 이런 생애를 생각하면, 버려진 의자 앞에서 걸음이 멈춰지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닐 것 같다.
엊그제도 밤 산책을 하다가 버려진 의자를 보았는데, 한참 들여다보다가 자태가 하도 애잔해 결국 주워오고 말았다. 다음 날 철물점에서 기역자형 조임쇠와 숫나사 등을 사와서 수리를 했더니 충분히 사람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의자로 되살아났다. 의자를 살리는 일,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가장 훌륭한 일 같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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