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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11월 29일] 노동법 인권 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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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11월 29일] 노동법 인권 성교육

입력
2013.11.28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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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고등학교 교육은 수능시험을 치르면서 거의 끝이 난다. 작년까지만 해도 11월 중순이던 수능시험이 올해는 11월초가 되는 바람에 고3 교실은 요즘 아예 파장 분위기이다. 원래 학기는 내년 2월말까지로 되어 있으니 방학을 빼더라도 한 달이 넘는 이 기간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가 교사에게나 학생들에게나 참 큰 고민이겠다.

학교마다 박물관 미술관도 가고 등산도 하고 영화도 보러다니느라 애를 쓰고 있지만 외부 활동을 계속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여학교에서는 이 시기에 화장품 회사 같은 곳에서 나와 화장하는 법을 일러주기도 한다.

내가 학교를 다닐 때는 중학교 졸업이 한국인의 평균 학력이었다. 그래서 중학교 교과서는 중학교육을 마치고 사회생활을 할 것을 가정해서 가르치는 것이 많았다. 가령 여학생으로서 한복 만들기, 치마와 블라우스 만들기도 배우고 몇 가지 양식 요리법, 장 담그기, 뜨개질, 자수, 식단짜는 법도 배웠는데 지금까지 요긴하게 쓰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직장생활을 해서 일상생활에 요긴한 살림비결을 배울 기회는 거의 없었는데 비교적 살림에도 손방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모두가 중학교 때 배운 가정수업 덕분이다.

지금은 고등학교 졸업이 한국인의 평균 학력인데 과연 고등학교 과정에서 그런 것들을 짜임새 있게 가르치느냐 하는 점은 좀 의심스럽다. 무엇보다 과거에 가정시간에 가르치던 살림살이 비결이라는 것은 실상 지금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되지 않았고 남학생이나 여학생이나 사회생활을 독립된 인간으로 얼마나 잘할 수 있느냐 하는 비결을 일러주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고3이 끝나기 전에, 이 여유시간을 활용해서 학교에서 사회생활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식 가운데 그동안 교과과정에서 가르치지 않았던 것을 일러주면 좋겠다.

그 중 가장 으뜸인 것은 노동법이다. 경영자보다는 노동자가 되는 사람이 당연히 많다. 그렇기에 노동자로서의 권리는 사회생활을 하기 전에 꼭 알고 나가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중고교 교과 과정에 이 부분이 제대로 들어있지 않다. 전경련 같은 경영자 단체들의 압력으로 경영자의 가치관, 기업 중심의 가치관은 교과서에 들어가야 한다는 소리가 높고 보수적인 정부조차 호응을 하고 있지만 정작 그들 대다수가 노동자로 살 것이면서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교육은 너무 부실하다. 수능시험 이후 남는 시간이 바로 이런 교육을 할 적기이다.

그 다음은 인권교육이다.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가 무엇인지 그 권리는 어떻게 해서 사회에 뿌리내리기 되었는지 구체적으로 한국의 법체계 안에서 어떤 권리까지 보장받을 수 있고 보장 받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일러줘야 한다. 헌법 전문과 세계 인권선언 정도는 읽고서 졸업하게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빼먹지 말아야 할 것이 성교육이다. 물론 현재도 학교들마다 성교육을 한다고는 하지만 그 기반이 순결교육인 경우가 많다. 혈기왕성한 청소년들에게 성경험은 일어나고 있는 현실임을 인정하고 그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을 제대로 대응하게 하는 성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콘돔을 쓰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약국에 가서 콘돔을 사는 것이 아주 당연하고 자연스런 권리가 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청소년들에게 콘돔을 사는 것이 눈치 보이는 일이 되게 해서는 안된다.

아울러 성폭력의 개념을 명확히 가르쳐야 한다. 성행위는 강요해서도 강요받아서도 안된다는 사실을 일러줘야 한다. 오로지 서로가 수긍하는 행복한 의사소통의 한가지 유형임을 일러줘야 한다. 성이 도구가 되었든 주먹이 도구가 되었든 다른 사람을 억압하고 강제하는 행위는 폭력이라는 점을 배워서 사회로 나가야 한다.

보수적인 어른들이 머리 속에서 그리는 이상적인 청소년이 아니라 실제로 피가 뛰는 진짜 청소년들이 사회생활을 하기 전에 꼭 익혀야 할 상식을 배우고 가르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서화숙선임기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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