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박정희 정권이 북한의 지령을 받고 반정부 조직을 만들었다며 혁신계 인사 수십명을 잡아들인 ‘1차 인혁당 사건’의 피해자 고 도예종씨가 판결 확정 48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2차 인혁당 사건은 2007~2008년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지만, 1차 인혁당 사건의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것은 처음이다.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 김주현)는 28일 반공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은 도씨 등 9명에 대한 재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1차 인혁당 사건으로 기소된 13명 가운데 이들을 제외한 4명은 재심청구가 기각돼 누명을 벗지 못했다.
재판부는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와 당시 국회 조사자료 등을 볼 때 인혁당이 강령을 가진 구체적 조직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는다”며 “과거 국회 특위 등 자료를 보면 피고인들의 몸에 고문 받은 흔적이 있고 변호사는 물론 가족과의 면담ㆍ접견이 거부된 상태에서 검찰 조사를 받는 등 가혹 행위를 당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중앙정보부는 1964년 8월 “북괴의 지령을 받고 대규모 지하조직으로 국가변란을 획책한 인민혁명당 사건을 적발해 41명을 구속하고 16명을 수배 중”이라고 발표했다. 검찰은 이 가운데 13명을 기소했고 도씨 등 7명에게는 실형이, 나머지 6명은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도씨는 1974년 2차 인혁당 사건으로 다시 기소돼 사형 확정 판결을 받은 지 18시간 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