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의 가을 무대를 경험한 LG가 따뜻한 겨울을 나고 있다. 특히 27일 발표된 골든글러브 후보에서도 삼성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7명을 배출하며 ‘잔치’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후보들 가운데 LG 팬들이 예상했던 이름이 하나 빠져 있었다. 마무리 봉중근(33)이다. 봉중근은 올 시즌 55경기에 나가 8승1패38세이브에 평균자책점 1.33의 출중한 성적을 남겼다. 이상훈(고양 원더스 투수코치)이 97년 기록한 팀 역대 한 시즌 최다 세이브(37개) 기록을 갈아치우며 LG 불펜 재건의 일등공신이 됐다. 때문에 봉중근은 손승락(넥센)과 함께 19년 만에 ‘마무리투수 골든글러브’로 각축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아예 후보에도 빠진 것이다. 아쉬운 선정 기준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밝힌 투수 후보 선정 기준에 따르면 평균자책점 3.00 이하거나 14승 이상을 거둬야 한다. 또 하나가 마무리투수에 해당되는 세이브 기준인데 이번에 정해진 기준치가 무려 40세이브다. 구원왕(46세이브)에 오른 손승락밖에 후보가 될 수 없는 이유다. 역대로도 40세이브 이상을 올린 투수는 정명원(1994년ㆍ40세이브), 진필중(2000년ㆍ42세이브), 오승환(2006년 47세이브ㆍ2007년 40세이브ㆍ2011년 47세이브)과 손승락까지 단 4명뿐이다. 올해 기준대로라면 이번뿐 아니라 이들 외 마무리투수들은 후보에도 오를 수 없는 것이다.
골든글러브는 지난해 지명타자 부문 등 해마다 선정 기준이 논란이 됐는데 사실 마무리투수 후보의 기준치도 은근슬쩍 높아지고 있다. 2010과 2011년 25세이브였던 것이 지난해 35세이브로 훌쩍 뛰었고, 올해 다시 5개가 더 보태져 무려 40세이브로 늘어났다. 세이브 숫자 2개 차로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도 아쉽지만 봉중근은 기록의 순도 면에서도 손승락을 능가한다. 평균자책점이 손승락(2.30)보다 낮고 블론세이브도 손승락보다 2개 적은 3번에 불과했다.
선발투수의 전유물과 같았던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모처럼 마무리투수끼리의 경합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모호한 기준 선정으로 날아가 버린 셈이다. 지난 23일 사이판 재활 캠프로 날아간 봉중근은 다음달 23일 귀국할 예정이다. 성환희기자
한국스포츠 성환희기자 hhsung@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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