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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스트레스

입력
2013.11.28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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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둥지둥 출근길 마을버스에서 내리다 휴대폰을 떨어뜨렸다. 액정이 깨졌다. 생돈 13만원은 날아가게 생겼다. 약정기간이 아직 9개월 남았고 바꾸려니 또 다시 2년 '노예폰'에 묶여야 할 판이다. 좀 불편하고 볼품없지만 그냥 쓰자. 음악이나 들으며 잊어버려야지. 잘 정리해 둔 이어폰 줄은 왜 또 이렇게 꼬인 거야? 엉키지 않는다는 '칼국수 이어폰'을 사야 하나?

기분도 전환할 겸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을 바꾸려고 셀카를 찍었다. 볼에 뾰루지가 생겼네. 스마트폰에 변기보다 세균이 더 많다더니 그것 때문일까?

오후엔 외근이다. 배터리 게이지가 깜빡인다. 절전모드로 바꾸고 밝기를 낮춘다. 그래도 버티지 못할 것 같다. 급한 대로 근처 커피 전문점으로 들어간다. 나 순전히 스마트폰 충전하려고 4,000원짜리 커피 마시는 사람이다.

충전하는 동안 친구들과 문자나 하자. 카톡친구476명, 회사동기방 부서방 학교동창방 등 대화방만도 9개, 트위터 팔로워 145명, 페이스북 친구 302명, 겹치는 인원 빼더라도 줄잡아 600명, 이만하면 풍성한 대인관계다. 그런데 진정한 친구는 몇이나 될까?

20분쯤 집중했더니 눈이 뻑뻑하다. 노안인가? 목도 뻐근하고 어깨도 아픈 것 같다. 내일은 병원에 한 번 가봐야겠다. 퇴근시간 다가오는데 버스에서 시간 때울 재미있는 게임 없나? '돌아온 ㅇㅇ 패밀리'가 무료 인기 앱 1위구나. 한번 해볼까? 트렌드 따라잡기 위해 출퇴근시간 짬짬이 인기 팟캐스트 찾아 듣고, 화제 동영상과 드라마 섭렵하고 연예 시사 뉴스 따라잡느라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판이다. 올 가을은 책 한 권 못 읽고 후딱 지나갔네.

늦은 밤 지칠 대로 지친 몸을 침대에 던진다. 일할 때나 쉴 때나, 구내식당에서도 화장실에서도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데 이 정도면 내 생활도 스마트해지고 나도 나날이 똑똑해지고 있는 거겠지? 스르르 눈이 감기는 순간 카톡이 울린다. '도.전.장. 저랑 한 판 해요'진상님이 도전장을 보내왔다. 어, 1위 자리에서 밀렸네. 경쟁심이 불끈 솟는다. 아@ 오늘밤도 편히 잠들기는 틀렸다.

사진부 기획팀=박서강기자 pindropper@hk.co.kr

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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