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토이저러스는 세계적 장난감ㆍ아동용품 전문매장. 세계 각국에 1,600개 매장을 갖고 있다. 이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매장은 미국본토 아닌 우리나라에 있다. 롯데마트 잠실점이다. 올 들어 11월까지 누적매출액이 130억원에 달한다. 원래 2위였는데, 작년부터 부동의 1위로 올라섰다.
이 뿐만이 아니라 4위(김포공항점), 6위(구로점), 10위(구리점) 등 톱10 안에 국내 매장이 4개나 포함되어 있다. 어린이날이 있는 5월이 되면, 전 세계 매출 톱10 매장 가운데 국내 매장이 무려 9개나 포진한다.
유명 글로벌 브랜드들에게 한국은 '천국'이다. 외제에 대한 맹목적인 선호는 많이 사라졌고, 국내에 들어왔다가 쫄딱 망하고 떠나는 외국업체들도 있지만, 여전히 한국시장에서 해외브랜드들은 초강세다. 토이저러스뿐만 아니라 한국 내 매장이 세계1위 매장인 브랜드도 수두룩하고, 그러다 보니 아예 한국시장만을 겨냥한 제품개발이나 마케팅까지 활발하다.
화장품 쪽이 특히 그렇다. 오일클렌징 원조로 유명한 일본 슈에무라는 롯데백화점 본점에 입점한 매장이 일본 본토점포를 제치고 전 세계 매장 가운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신세계 강남점도 4위다.
워낙 한국의 구매력이 크다 보니, 한국시장의 성공이 세계시장의 성공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슈에무라가 지난 해 10월 출시한 립스틱 '루즈 언리미티드 크리미 틴트'색조는 국내에서 '강남핑크'로 인기를 끌자, 전 세계에서 '강남핑크(Gangnam Pink)컬러'란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순식물성 화장품인 화장품 브랜드인 프랑스 시슬리도 전 세계 톱 10 매장 가운데 4개가 국내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 화장품 브랜드 본사들은 한국 시장에 대한 중요성을 감안해 생활용품, 여행용가방 등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사은품 경쟁까지 눈감아 주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또 국내 꽃미남 열풍을 증명하듯 프랑스 비오템의 남성브랜드인 '비오템 옴므'는 국내 매출이 전 세계에서 1위이다. 자외선차단제 제품의 경우 무려 70%가 국내에서 팔리고 있을 정도다. 미국 에스티로더의 남성 브랜드 '랩시리즈'도 국내 매출이 전 세계의 25%를 차지하며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의류 가운데서는 SPA(제조유통 일괄형 의류)인 일본 유니클로의 명동 중앙점이 전 세계 4위 매장으로 기록되어 있다. 한국시장은 글로벌 시장서열 3위이다. '노페'패딩 열풍을 일으킨 노스페이스의 경우 미국 시장에 이어 2위인데, 그러다 보니 한국시장에 맞춘 제품 비중이 70%에 달하고 있다.
미국의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도 원두커피 시장의 폭발적 증가에 힘입어, 한국시장이 전 세계 시장 가운데 6위에 올랐다. 스무디 킹은 다이어트 건강음료로 부상하면서 2011년 전 세계 700여개 매장 중 1~3위가 모두 한국 매장으로 인기를 끌자, 지난 해 아예 스무디킹코리아가 미국본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글로벌 브랜드의 한국 내 판매량이 본국보다도 많고, 세계 1위 매장이 우리나라에 집중되는 현상을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 LG 현대차 등 우리나라가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한 전자 제품이나 자동차 등과 달리 화장품 의류 완구 등에선 여전히 외산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높은 게 사실"이라며 "소비자들의 외제 쏠림 현상도 분명 있지만 그 자체가 해당산업의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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