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예년보다 추위가 빨리 찾아온데다, 극심한 한파까지 예고된 상황. 그만큼 겨울철 전력대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전기난방이 늘어나면서 수년 전부터는 '전력난은 여름철에만 발생한다'는 속설도 깨져, 오히려 겨울철에 더 큰 전력고비가 찾아오고 있는 실정이다.
27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6,900만㎾대에 머물렀던 최대 전력수요는 전날 오전 9시15분쯤 7,018만㎾를 기록했다. 지난 8월 말 이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7,000만㎾대를 돌파한 것. 전력수요 상승세는 이날도 계속돼 오후4시45분에는 7,189만㎾에 달했다. 기온 급강하로 지난해 이맘때(6,500만~6,700만㎾)에 비해 난방용 전력수요가 훨씬 더 늘어난 것이다.
전력당국은 최근 3년간의 동계 전력수요, 기상청 장기예보 등을 감안할 때 올 겨울 전력수요 피크 시기가 내년 1월 중순쯤일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 전력수요는 8,000만~8,100만㎾h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물론 기업체 절전 등 수급대책을 가동하기 전의 '생(生) 수요치'인 만큼, 실제 전력수요는 다소 줄어들겠지만 어쨌든 현재 추세대로라면 사상 최고치였던 올 1월3일의 기록(7,652만㎾)를 갈아치울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올 겨울 최대 전력공급 용량이 8,000만㎾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 지난 21일부터 전기요금이 평균 5.4% 인상돼 전기소비가 다소는 줄어들겠지만 그 양은 최대 80만㎾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돼, '언 발에 오줌 누기'정도밖에는 되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도 절전대책을 쓰지 않는다면, '예비전력 제로'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관건은 역시 원전 재가동 여부다. 지난 5월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파문에 따라 멈춰선 신고리 1ㆍ2호기, 신월성 1호기(각 설비용량 100만㎾) 등 원전 3기가 가동에 들어간다면 300만㎾의 공급이 가능해 다소는 숨통이 트이게 된다. 하지만 추위강도에 따라 300만㎾의 공급여력은 금세라도 소진된다는 게 전력업계 분석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최근 이들 원전의 신규 케이블에 대해 '성능 만족'을 확인, 케이블 교체 작업이 완료되면 성능시험을 거쳐 가동 여부를 정할 계획. 하지만 이들의 재가동이 늦어지고, 다른 원전이 고장나는 등의 사태가 발생하면 올 여름보다 훨씬 더 전력난이 심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여름에도 그랬듯이 솔직히 올 겨울에도 추위가 덜하기만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원전 23기 중 가동 중인 것은 18기이며, 케이블 교체 중인 3기를 비롯해 설계수명 만료로 계속운전여부 심사 중인 월성 1호기, 계획예방정비 중인 한빛 4호기 등이 정지된 상태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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