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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대한 솔직함이 무엇보다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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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대한 솔직함이 무엇보다 중요"

입력
2013.11.27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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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지휘자가 모든 문제의 해법을 지시하는 보스였다면 오늘날의 지휘자는 연주자의 의견을 조율하는 악단의 한 요소일 뿐이다. 사회 전 분야의 기능적인 역할이 달라지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주목 받는 젊은 지휘자인 영국 본머스 심포니의 키릴 카라비츠(37)가 내한했다. 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을 이끌고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과 무소르그스키의 '호반시나 전주곡',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3번(피아노 협연 시몬 트릅체스키)을 들려주기 위해서다.

지난 시즌 로열 필하모닉, 런던 필하모닉,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를 객원 지휘하는 등 지휘자 세대교체 붐의 한가운데에 있는 카라비츠는 26일 "젊은 지휘자가 전면에 부상하는 것은 클래식 음악계도 재정 문제를 고려하는 추세를 보여준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음악에 관해 스스로에게 얼마나 정직한가다"고 말했다.

2009년 봄 서울시향과 호연을 펼쳤던 그는 "공연 전까지 연주회의 수준을 측량할 수 없는 지휘자로서는 함께 연주했던 단체와 다시 만난 것만으로도 행운"이라며 "서울시향은 새로운 시도를 하는 열린 단체로 기억하는데 리허설을 해 보니 몇 년 사이 부쩍 더 성장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카라비츠는 지난 내한 때 협연했던 피아니스트 김선욱과도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월 김선욱의 영국 음악축제 BBC 프롬스 데뷔 무대에 함께 섰고, 김선욱이 2014년 시즌 본머스의 상주 아티스트로 활동하게 된 것도 카라비츠의 초대 덕분이다.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부지휘자 경험을 자신이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좋은 계기였다는 그는 정명훈을 지휘 인생의 큰 멘토로 꼽았다.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작곡가 아버지와 음악학자 어머니 아래서 자란 카라비츠는 19세 때부터 지휘자로 활동했다. "어려서부터 마법 같은 오케스트라 사운드에 매료돼 지휘자가 되는 게 나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믿었다"는 그는 2008년부터 본머스 심포니의 수석 지휘자를 맡아 악단의 황금기를 이끌고 있다. 그는 "본머스 심포니의 음악가들은 지휘자의 해석에 빠르게 반응한다"며 "악단을 맡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음악가들과 좋은 관계를 갖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카라비츠는 "리허설과 연주회의 결과물이 정확히 같은 오케스트라도 있지만 어제와 오늘의 감정이 다른 만큼 그때그때 변화 있는 내 지휘를 빨리 따라와 주는 악단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때로 신체적으로 고달픈 지휘자의 삶을 지탱하게 하는 동력은 음악 그 자체"라며 "서울시향과 지난 공연 때 차이콥스키의 새로운 면을 알게 됐듯 세계 각지의 음악가들과 일하며 매일 음악을 새롭게 배우는 게 큰 동기부여"라고 덧붙였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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