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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앞 본 후 겪는 혼돈·파국 그려… 새 영역 도전 낯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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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앞 본 후 겪는 혼돈·파국 그려… 새 영역 도전 낯선가요"

입력
2013.11.27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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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었다. 이야기의 엔진이 타임머신이라니. 미래를 본 사람들이 닥쳐올 불행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내용이라니. 충무로에선 쉬 시도하기 힘든 설정이다. 게다가 현장 지휘봉은 김현석 감독이 쥐었다. '광식이 동생 광태'와 '시라노; 연애조작단' 등 감성 어린 영화에 주력했던 감독이다. 스크린의 무게중심을 잡는 이는 정재영. 역시나 낯설다. 아내를 잃고 타임머신 개발에 집착하는 정우석 박사를 연기했다. 북파공작원('실미도')과 인민군장교('웰컴투동막골'), 청부살인자('강철중: 공공의 적 1-1), 야구선수('아는 여자') 등으로 대중과 만났던 이전과는 사뭇 다른 역할이다. 질척한 눈으로 한 엘리트 과학자의 욕망과 회한과 연민을 표현해낸다.

영화 '열한 시'(28일 개봉)로 익숙지 않은 모습을 선보인 정재영을 26일 서울 사직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새로운 영역을 경험했다지만 그는 예전처럼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나타났고(인터뷰에 들어가기 전 그는 말쑥한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말과 웃음은 여전히 호탕했다.

'열한 시'는 심해시설에서 타임머신을 개발하는 일곱 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러시아 기업의 투자를 이어가기 위해 시간이동을 마지막으로 증명해내려는 우석과 그를 돕는 영은(김옥빈), 이를 만류하는 지완(최다니엘)과 영식(박철민)이 하루 앞의 일을 보게 된 뒤 겪는 혼돈과 파국을 그려냈다. 시간이동이라는 희귀한 재료로 밀도 높은 서스펜스를 빚어낸다. 다소 조악한 특수효과가 영화 초반 몰입을 방해하지만 극이 정점을 향할수록 영화는 흡입력을 발휘한다. "어줍잖은 인간 능력으로 미래를 바꿔보려 하다 턱도 없음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라 할 수 있다." 영화에 대한 정재영의 간략한 소개다.

정재영은 "원래 이런 스타일의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한다"며 "시나리오와 감독 모두 마음에 들어 출연했다"고 말했다. 취향에 맞는 영화라 해도 현장에선 낯선 풍경과 마주해야 했다. 이전 출연작과 달리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되는 장면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무 것도 없는 곳을 향해 연기를 했는데 무척 어색했다. 영화를 볼 때 그곳에 움직이는 벽이 있거나 투명한 모니터 등이 나타날 때 신기하기도 했다."

흔치 않은 경험이어서일까. 그는 '열한 시'에 대한 자부심과 기대를 드러내기도 했다. "공상과학 소재를 다룬 영화는 '내추럴 시티' 이후 국내에서 맥이 끊겼는데 '열한 시'로 다시 새로운 출발점에 설 수 있을 듯하다"며 "이 영화가 어느 정도 흥행이 되면 미래를 그린 영화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지난해 여름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에 꾸린 촬영장 분위기는 꽤 화목했던 듯 하다. 그는 "밤에 촬영 끝나면 동료 배우, 감독님과 방파제 같은 곳에 가서 맥주 한 잔 하며" 여름을 났다. "무슨 일이 있어도 새벽 5시면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 김현석 감독과 "저녁이 돼야 정신이 말똥말똥해지는" 올빼미형 정재영 사이에 이런저런 에피소드도 제법 있었나 보다. "저녁 촬영 중엔 감독님이 무조건 한 번에 오케이를 외쳐요. 그러면 제가 '뭐가 오케이에요?'라고 웃으면서 면박 주고 그랬어요(웃음)."

최근 그는 홍상수 감독의 '우리 선희'에 '외출'하기도 했다. 상업영화에 주력해온 그로서는 의외의 선택이다. 영화 속 자유분방한 한 영화감독의 술 취한 모습은 배우 정재영의 저력을 새삼 느끼게 한다. 정재영은 "술에 점점 취해가면서도 대사에 집중해야 하는 하나의 훈련 같은 연기였다"고 돌이켰다.

내년이면 스크린 속 그의 모습을 더 자주 볼 수 있을 듯하다.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만 세 편. 딸을 잃은 한 남자의 처절한 복수를 그린 스릴러 '방황하는 칼날'과 계획대로 삶을 살려던 남자가 계획에도 없던 여자를 만나며 벌어진 소동을 묘사한 로맨틱 코미디 '플랜맨', 개혁군주 정조의 암살을 담은 사극 '역린'(정재영은 정조의 책을 관리하는 내시 갑수를 연기한다)으로 관객과 만난다. 영화의 장르도, 역할도 다양하다. 정재영이 충무로에서 소리 없이 강한 배우임을 증명하는 상황이 펼쳐질 것 같기도 하다. "만약에 비슷비슷한 역할이었으면 어쩔 뻔했어요. 비슷한 연기하고 다 망해?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웃음)."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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