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인준안을 강행처리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가에 또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새누리당은 새해 예산안과 각종 법안 처리에 집중하기 위해 어느 정도 야권의 반발은 감수하겠다는 포석이지만 민주당이 강력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국회 의사일정 전체가 공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새누리당은 28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 앞서 황 후보자 인사청문특위 개최 방침을 27일 민주당에 통보했다. 서병수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야당 의원들이 참석하지 않더라도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3명인 인사청문특위 위원 가운데 새누리당 의원이 7명으로 절반이 넘어 '자력 채택'에는 걸림돌이 없는 상태다.
새누리당이 인사 문제와 관련해선 여야 합의를 중시하던 관례를 깨고 청문보고서 단독ㆍ강행처리 방침을 굳힌 것은 지금의 대치정국에 대한 정면돌파 의지로 읽힌다. 민주당이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를 요구하며 황 후보자에 대한 인준을 거부하는 상황에선 타협점을 찾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미 청와대도 김기춘 비서실장의 국회 운영위 답변을 통해 문 후보자와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임명 강행 의지를 밝혔다.
현실적으로는 직권상정에 대한 강창희 국회의장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이기도 하다. 인사청문특위에서 채택된 보고서가 본회의에 부의된 뒤엔 여야 원내대표가 본회의 처리안건을 협의하게 돼 있지만, 여의치 않을 때는 국회의장이 본회의 처리안건을 지정할 수 있다. 형식상으로는 직권상정이 아닌 셈이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직권상정을 해야 한다면 강 의장이 부담을 갖겠지만 특위에서 절차가 진행된 안건이라면 시급성과 중요성을 감안해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다만 강 의장은 여전히 여야가 합의해야 동의안을 상정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강 의장이 안건을 지정하지 않으면 단독처리는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여권 입장에선 황 후보자 인준안 강행처리가 법안ㆍ예산안 처리에 속도를 내기 위한 정지작업의 성격이 크다. 그간 인사문제로 발목이 잡혀 시급한 경제법안이나 새해 예산안과 관련해선 본격적인 여야간 협상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야당이 쓸 수 있는 카드 하나를 없애는 동시에 과반여당으로서의 힘을 보여주는 시위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새누리당의 단독 처리에 강력 반발하고 있어 자칫 정면 충돌할 수도 있다.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무리한 의사일정 추진으로 인해 벌어지는 향후 사태는 모두 새누리당이 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가 사퇴해야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이 민주당의 '4자 협의체' 구성 제안도 사실상 거부 방침을 정한 마당이라 민주당은 인준안 강행처리까지 묶어 특검 수용 요구를 전면화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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