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0월 0일 경기도 오산의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 지휘통제실. 대형 작전 스크린에 중국 산둥반도와 일본 오키나와 공군기지에서 동시에 출발한 점(전투기가 화면에는 점으로 표시)들이 이어도 주변 상공으로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군 당국은 즉각 대응 출격명령을 내렸고 대구공군기지에 배치된 4대의 F-15K 편대가 이어도로 향했다. 하지만 30분쯤 지나 편대장은 '기지 복귀'를 다급히 회신했다. 연료가 바닥나 더 이상 머물 수 없었던 것이다. 군 당국은 추가로 전투기를 출격시켰지만 공중급유기가 함께 작전을 펼치는 중국과 일본 전투기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중일 양국 전투기들은 2시간여 동안 무력시위를 벌이다 돌아갔다. 정부는 우리 작전 관할인 이어도 상공을 점령당한 현실에 가슴을 칠 따름이었다.
가상 상황이지만 현실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공군의 최신 전투기인 F-15K가 유사시 이어도 상공으로 출격할 경우 최대 체공시간이 20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이 이어도를 포함한 방공식별구역(ADIZ)을 일방적으로 설정해 한중일 동북아 3국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우리 작전 관할인 이어도 상공의 제공권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 관계자는 26일 "F-15K 전투기가 평시에 공대공ㆍ공대지 미사일 등 복합무장을 갖추고 출격할 경우 이어도 상공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최대 20분"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급박한 상황이 발생해 대응 출격하면 전투기의 순간 속력을 높이기 때문에 유사시 실제 체공시간은 20분에 못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어도 상공에서 20분간 작전을 마친 F-15K 전투기는 대구기지로 돌아오지도 못하고 이어도와 가장 가까운 광주기지로 착륙할 수밖에 없다. 대구기지에서 이어도까지는 285마일(527㎞)인데 공중급유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지까지 돌아갈 연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광주기지에는 F-15K를 지원할 군수장비가 없어 재출격도 불가능하다.
공군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KF-16 전투기는 체공시간이 더 짧아 이어도로 출격할 경우 고작 3분 가량 머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군은 주력 전투기로 F-15K 60대와 KF-16 170여대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무장을 갖춘 F-15K가 독도 상공으로 출격할 경우 최대 39분간 머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기지에서 독도까지는 175마일(324㎞)로 이어도 보다는 사정이 좀 나은 셈이다.
이로 인해 정부가 방공식별구역을 이어도 상공까지 확대한다 하더라도 온전하게 작전을 수행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군 관계자는 "중국이나 일본을 상대하기 위해 공중급유기가 필수적이지만 2017년 이후 도입 예정이어서 상당기간 전력 공백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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