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커피에 샷 추가하신 분, 음료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25일 오전 10시 서울 스타벅스 목동점. 짙은 남색 티셔츠에 초록색 앞치마를 두르고, 로고가 박힌 모자까지 쓰니 누가 봐도 스타벅스 직원이다. 어색하지만 배운 대로 씩씩하게 고객을 응대한다. 주차권에 도장을 찍으려는 고객이 직접 질문을 해오는 걸 보니까,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체험하러 온 기자인 줄은 눈치 못 챈 듯 하다.
앞치마를 두른다고 저절로 일일 직원이 되는 건 아니었다. 위생상 문제가 될 수 있는 전염성 피부질환 등이 있나 없나를 확인하기 위해 며칠 전 가까운 보건소를 찾아 검사를 받았다. 장티프스 정상, 전염성피부질환 정상, 흉부직촬 정상. 일주일이 지나자 이런 내용을 담은 건강진단결과서(보건증)가 발급됐다.
일하는 게 가능해지자 매장에서 머그잔 씻는 일부터 배웠다. 다 마신 컵을 초벌 설거지하고 식기세척기에 넣고 돌린다. 손님이 없는 틈을 타 커피도 만들어본다. 잔이 2개 그려진 버튼을 누르고 기다렸다 눈금에 맞게 뜨거운 물을 부으면 아메리카노, 그 반틈의 커피원액에 우유를 부으면 카페라떼다. 겨울을 맞아 새로 나온 음료를 시식용으로 만들어 나눠주고, 테이블을 닦고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고 나니 4시간이 훌쩍 지났다.
이 일을 매일같이 하고 있는 부점장 김민혜(36)씨는 "2년 후 잘릴 걱정을 안 해도 되는 사실상 정규직이라는 점, 아이들 학교 보낸 시간에 익숙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
전직 스타벅스 점장 출신인 김씨는 2010년 육아 문제로 회사를 그만둔, 전형적인 '경단녀'(경력단절여성). 지난 달 스타벅스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프로그램인 '리턴맘'에 채용돼 복귀했다.
그는 오전 10시부터 휴식시간 30분을 포함해 2시 반까지, 하루 4시간을 일한다. 아이들 학교 보내고 출근해 아이들이 돌아오기 전에 퇴근하는 식이다. 근무 역시 주 5일제다.
김 씨는 "풀타임으로 일한다면 아이들 숙제 봐주기, 책 읽어주기는 꿈도 못 꿀 텐데 이제는 가능하다. 원하는 요일을 지정해 쉴 수 있는 점도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상반기(급여의 1/4 수준)와 하반기(급여의 3/4) 2번에 걸쳐 상여금이 지급되고, 학자금 의료비 등이 지원되는 복리후생 시스템도 인상적이다.
시간당 급여는 1만2,500원 수준. 한 달에 100만원 정도를 받는다. 일하는 내내 얘기를 주고 받는 김씨는 이 일에 확실히 만족하는 듯 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스타벅스의 '리턴맘'제도는 상당히 좋은 처우의 시간선택형일자리로 알려져 있다. 스타벅스 내에도 리턴맘 이외에 다른 유형의 파트타이머들이 있는데, 예컨대 경력이 아예 없거나 다른 커피전문점 경력이 있는 단순 바리스타들은 비슷한 직무를 수행하면서도 시급이 최저임금 수준인 5,000원 밖에는 되지 않는다. 물론 단순 알바는 아닌 무기계약직이지만, 급여도 낮고 복리후생수준도 다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부점장급 이상인 리턴맘들은 바리스타가 하는 일 외 물류관리, 교육 등을 도맡기 때문에 동일노동 동일급여를 적용하는 건 타당치 않다"고 말했다.
네 시간 가량의 일자리 체험이 끝나고 매장을 나왔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시간선택형일자리 역시 빛과 그림자가 있었다. 종일 일할 수는 없는, 그러나 짧은 시간이라도 일은 하고 싶은 김 씨 같은 누군 가에겐 너무도 소중한 기회였다. 하지만 하루 종일 일하고 싶은, 또 하루 종일 일을 해야만 하는, 특히 사회의 첫발을 내딛는 또 다른 누군 가에겐 넘기 힘든 현실의 벽일 수밖에 없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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