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열릴 신한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2차 회의를 앞두고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이 한동우 회장의 강력한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이 전 부회장은 회추위가 최근 '퇴직 2년 이내 룰'을 완화하면서 후보로 합류했는데, 지난 대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활동하는 등 현 금융당국과 가장 코드가 맞는 인물로 꼽힌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 회추위는 회장 후보 자격을 '만 67세 미만'으로 하는 규정만 남겨두고 '퇴직 후 2년 이내' 제한은 풀기로 한 후 차기 지주 회장 후보들을 고르고 있다. 현재 한 회장을 포함해 자격요건을 갖춘 후보 10여명이 추려졌으며, 2차 회의에서 위원들이 검토할 계획이다. 차기 회장 후보군에는 이동걸 전 부회장과 홍성균 전 신한카드 사장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회장은 신한은행과 신한캐피탈, 굿모닝신한증권을 거친 폭 넓은 경력 때문에 일찌감치 회장 후보로 꼽혔던 인물이다. 홍 전 사장은 신한은행 부행장을 거치면서 재일동포 주주들과 라응찬 전 회장의 신임이 두터워 역시 유력후보로 거론돼 왔다.
하지만 두 인물 모두 퇴임한 지 2년이 넘어 그 동안 후보에서 배제돼 왔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자격조건이 너무 엄격하다는 지적이 많아 '퇴직 후 2년 이내'조항을 삭제한 후 다양한 후보들을 검토하고 있다"며 "회추위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해 차기 회장 후보를 선별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추위는 2차 회의 후 후보군을 좁힌 후 면접 등을 거쳐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이사회에 압축된 후보를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차기 회장 선출을 놓고 신한금융에 또 다시 내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0년 라 전 회장이 자신의 장기집권을 노리다 신한사태를 빚은 것과 비슷하게 이번엔 한 회장의 연임을 놓고 회장 선발 과정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퇴직 임원들은 룰 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회추위가 다른 지주사에 비해 너무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회추위에서 회장 후보로 자신들이 선발되면 거부하겠다는 움직임까지 일어나고 있다. 한 퇴직임원은 "차기 회장을 선출하면서 밀실에서 후보를 고르고 공개되지 않은 룰로 평가를 하는 것은,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이 무거운 금융기관으로써 적절치 않다"며 "사실상 한 회장의 연임을 위한 회추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불안요소는 한 회장이 전ㆍ현직 정관계인사 고객 불법 계좌 조회와 신한생명 사장 재직 당시 벌어진 리베이트 관행 등으로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KB국민은행 사태를 계기로 주요 은행들로 종합감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자칫 신한에도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의 조사가 차기 신한지주 회장 선출에 주요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이 전 부회장이 급부상한 것도 이런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 이 전 부회장은 지난해 박근혜 캠프에서 당선을 도운 인물이라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출시에도 유력후보로 거론돼 왔다. 특히 당시 캠프에 있던 최경수 전 현대증권 사장이 거래소 이사장에 최근 취임한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 전 부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신한이 이렇게까지 어려움을 겪는데도 한 회장은 연임만 꿈꾸고 있다"며 "신한을 살리기 위해 전ㆍ현직 신한 사우들과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다"며 회장직 도전 의지를 피력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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