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전 은행권의 해외지점을 대상으로 특별 점검에 나섰다. 국민은행 도쿄 지점에서 부당대출과 비자금 조성 등의 부당 행위가 드러남에 따라 다른 은행들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26일 "해외 지점이 있는 모든 은행을 대상으로 이달 중으로 대출실적 자료 및 운용 현황을 보고할 것을 주문했다"며 "대출 과정 등에서 부당행위가 의심될 경우 현장에도 검사역을 파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민은행 도쿄지점은 직원들이 부당대출을 해주며 거액의 수수료를 챙겼고, 이 가운데 수십억원이 국내로 유입돼 상품권 구입 등에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금감원의 특별 검사를 받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은행의 해외 지점은 주요 고객이 우리나라 기업이나 현지 교포가 많아 현지 금융당국의 규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며 "우리나라 금융당국과도 물리적 거리가 있어 규제의 사각지대"라고 귀띔했다.
금감원이 해외 지점에 대해 전면적인 검사를 실시하는 배경에는 이번 기회에 은행들의 해외 지점에 대한 내부통제를 더욱 강화할 것을 주문하는 측면도 있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국민은행 도쿄지점 사건은 물론이고 베이징법인장 교체문제 등이 전혀 내부에서 걸러지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해외지점의 내부통제체계 작동 여부까지 모두 점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은행의 비리와 부실 의혹이 확대되면서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의 성과급 지급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도쿄지점 부당행위에 이어 보증부대출 가산금리부과, 국민주택채권 90억원 횡령까지 발생한 상황에서 KB금융 전ㆍ현 경영진에 대한 성과급 지급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특히 거론되는 비리와 부실 의혹이 모두 어 전 회장과 민병덕 전 행장 재임 시절에 발생했고, 각각 사장과 리스크관리본부장을 맡았던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이처럼 망가진 것에 대한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성과급을 받는다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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