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종찬 본부장국정원 댓글·NLL 논란 등 조기 해결 실기박근혜 대통령 현안 처리 속도 20㎞인데국민들이 요구하는 속도는 4~5배 빨라● 이택수 대표내년 수도권 지방선거 예측 어려워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중요한 변수인데40%대 중반 이하 땐 與 어려운 선거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의 힘겨루기는 사생결단식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국민들은 누구 잘못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여론조사전문가인 이택수(44) 리얼미터 대표와 배종찬(42)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을 통해 국민들의 소리를 들어봤다. '여론조사와 정국 전망'을 주제로 열린 대담은 25일 낮 서울시청 인근 음식점에서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두 사람은 "내년 6월 4일 실시되는 지방선거에서는 무상급식과 같은 주요 정책 이슈가 실종되고, 여야가 진영 대결 블랙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걱정했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 전망에 대해선 "대통령 지지율 추이와 인물 경쟁력 등 여러 변수를 감안하면 여야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대치 정국 장기화로 대통령과 야당의 지지율이 대선 득표율에 근접하는 대선 회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배 본부장은 "대통령은 대선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조속히 정치적 조치를 취하고, 야당은 이념 대결 프레임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기관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가 장기화되고 있는데, 국민 여론은 어떤가.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대치가 더욱 첨예해지고 있다. 당초 야당 지지율은 저조했고, 안철수 의원의 지지율은 4ㆍ24 재보선 이후 하락 추세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60% 안팎, 새누리당은 40%대의 지지율을 보였다. 하지만 여야 대치가 길어지면서 양측 지지율이 대선 당시 득표율에 다가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대선 득표율인 51.6%에 근접하는 쪽으로 주춤해졌고, 민주당의 지지율은 회복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국민들은 대선 직후 신속히 대선 관련 논란이 해결되고 갈등이 조정되기를 바랐는데, 박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야권도 철저하게 정당을 혁신하라는 국민들의 주문을 실천하지 못했다. 견고한 지지층을 기반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박 대통령은 양보하지 않았고, 대선 직후 지지층이 취약해진 민주당은 여권에 끌려 다닐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 결과 종교계 일부까지도 진영 대결에 참여하는 지경이 됐다. 국민들의 피로감, 정치권 전반에 대한 비판과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치 정국 책임론에 대한 여론 흐름은.
배= 과반 이상의 국민들이 대통령과 새누리당, 민주당 등 정치권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선 과정과 관련된 어떤 발언이나 조치도 전부 진영 대결 블랙홀에 빠져버렸다. 종교계와 시민단체의 행동마저도 진영 대결 논리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대치 국면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중재자가 없다. 이제 국민들이 나서야 된다는 게 여론이다. 대선 논란을 조속히 해결하고 민생 경쟁으로 가야 된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에 나타난 대치 정국의 해법을 소개하면.
배= 국민 눈높이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대선 직후 국정원의 댓글 의혹과 NLL(북방한계선) 논란 등을 조속히 해결하라는 게 국민 여론이었는데 박 대통령이 실기한 측면이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주 시정연설에 와서야 이른 시일 내에 대선 논란에 대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사법부 판단을 기다리려면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 전에 정치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법과 원칙에 따르겠다는 박 대통령의 현안 처리 속도는 20㎞인데, 국민들이 요구하는 속도는 그보다 4~5배이다. 대통령은 과감한 속도로 논란을 해결하고 인사와 공공개혁도 서둘러야 한다.
이=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과 NLL 관련 사초 폐기 논란이 장기화되면 여권에 불리하다. 박 대통령이나 새누리당 입장에선 지지율 하락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야권이 민생 문제로 돌아오도록 하는 열쇠를 대통령이 쥐고 있으니 야권을 향한 박 대통령의 화해 제스처가 선행돼야 한다.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 추이를 과거 대통령과 비교하면.
이= 지난 주 대통령의 시정 연설(18일) 직후에 박 대통령 지지율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가 주 후반에는 급격히 하락했다. 리얼미터 조사로는 62.4%까지 올랐다가 떨어져 일주일 전과 비슷한 56.8%가 됐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57%로 나왔다. 과거 대통령(노무현ㆍ이명박 전 대통령)과 비교하면 임기 초반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높은 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집권 1년 차에 촛불시위 트라우마를 겪었는데, 박 대통령은 여론조사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신경 쓰는 것 같다. 여야의 정치 쟁점에 대해 대통령이 가급적 논평하지 않는 것은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60%대에 있던 대통령 지지율이 10월 초 3자대화 이후 50%대로 하락했다. 대통령이 정쟁에 휘말리면 지지율이 떨어진다.
배= 리서치앤리서치 조사 결과로는 24일 대통령 지지율이 62.5%로 집계됐다. 박 대통령은 영남 지역ㆍ보수 이념ㆍ새누리당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정치지도자여서 50% 내외의 강력한 지지기반을 유지하고 있는데, 10% 포인트 가량의 등락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보 진영과 2030세대, 호남권의 부정적 평가도 매우 강하다. 박 대통령 지지도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 견고한 지지율이 빛이라면 100% 대한민국 만들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은 그림자이다.
-여야 정당 및 안철수 세력 지지도 추이는.
이= 4ㆍ24 재보선 직후 안철수 의원의 개인 지지율은 30% 이상이었고 문재인 민주당 의원지지율의 두 배였다. 그러나 안 의원 지지율은 10월 이후 10%대를 기록하기도 하는 등 하락 추세였다. 여야 대결구도가 장기화되면서 제3지대의 존재감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안 의원 측은 신당을 만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맞았다. 지난 주 '안철수 신당' 창당 계획이 거론되면서 안 의원 지지율이 약간 상승으로 돌아섰다.
배= '안철수 신당' 추진에도 빛과 그림자가 있다. 우선 중도층과 무당층이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음으로써 공간이 확대됐다. 여전히 박 대통령에 부정적인 2030세대가 안 의원에게 기대하고 있다. 안철수 세력은 호남권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새누리당에 이어 지지율 2위를 기록해 이번 지방선거에 나설 경우 비례대표 광역 의원 등에 대거 진출할 수 있다. 그러나 안 의원 개인 지지도에 의존하고 있는 신당이 현실화할 경우 현재의 가상 지지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야권의 '제살 깎아 먹기'라는 비판도 들어야 한다.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전망한다면.
이= 야권은 지방선거를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 기회로 삼아 여당을 심판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현역 자치단체장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도 지니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민주당이 단체장을 맡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복합적 성격의 심판이 될 수 있다. 새누리당은 5060세대와 충청 인구가 늘고 있는 점도 반길 수 있다. 또 눈에 띄는 정책 논쟁이 없을 수 있다. 다만 복지 재원 마련 방안이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배= 과거 선거에서 집권 3년 차 이후 실시된 지방선거에서는 야당이 유리했으나 임기 초반에는 여당이 유리한 경우가 많았다. 큰 구도상으로는 여당이 일단 유리하다. 지방선거 때까지 진영 대결구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 무상급식과 같은 뚜렷한 정책 이슈가 없다. 민주당은 '정권 심판'선거로 규정하려 하겠지만 실제로는 '정권 견제' 정도로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이 광역단체장을 차지하고 있는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에서의 수성 여부가 지방선거 평가의 향배가 될 것이다.
-수도권 지방선거에서는 야당이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다수의 단체장이 야당 소속인 점, 대통령 지지율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여당이 어려워질 것이란 얘기다.
이= 여러 변수가 있으므로 수도권 지방선거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특히 대통령 지지율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박 대통령의 50%대 지지율이 지속되면 여당이 유리하지만 대통령 지지율이 40%대 중반 이하로 떨어지면 어려운 선거를 치르게 된다.
배= 인물 경쟁력도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송영길 인천시장은 정당 색깔을 빼고 인물 경쟁력으로 승부하려 하고 있다. 여러 변수 때문에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집 전화 대신에 휴대폰을 이용하는 유권자가 급증하면서 여론조사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 가정 전화의 등재율이 50% 미만으로 떨어졌다. 전화번호를 등재하지 않는 신혼 부부나 나홀로 거주민들은 조사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휴대폰 조사 방식을 병행하게 됐다. 대선과 달리 지역 단위 선거에서는 그 지역의 휴대폰 번호를 알아내기 어렵다. 한국정치조사협회는 정부, 정당, 언론사가 여론조사를 실시할 때 휴대폰 번호를 안심 번호(익명 보장) 형태로 이동통신사에서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를 바라고 있다.
배= 정확한 조사를 위해서는 정확한 DB(데이타베이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협조가 있어야 한다. 또 여론조사기관은 역량 있는 조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정치권과 부정적으로 연계돼서는 안 된다.
대담 진행=김광덕 선임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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