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2시 전북 익산시 금마면 기양리 미륵사 절터 복원 현장. 둥둥 북소리가 울리자 월주 스님(전 조계종 총무원장)과 최종덕 문화재청 정책국장, 박성일 전북도 행정부지사, 이한수 익산시장 등 10여명이 심초석(心礎石ㆍ탑 기둥 받침 돌)을 감싼 광목 천을 잡아 당겼다. 이에 이의상 석장(중요무형문화재 제120호)의 지휘 아래 1.2톤 무게의 심초석이 탑 바닥 정중앙에 조심스럽게 자리잡았다.
국내 탑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규모도 가장 큰 미륵사지 석탑(국보 제11호)이 주민 등 5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정초식을 시작으로 복원 공사에 들어갔다. 일제강점기인 1915년 콘크리트로 흉물스럽게 보수한 이후 100년 만에 콘크리트를 벗은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게 된다. 복원은 2016년 8월 마무리될 예정이다. 미륵사지 석탑은 원래 동서 쌍탑이다. 동탑은 없어져 터만 있었는데, 기록을 바탕으로 1992년 9층으로 만들어 세웠다.
문화재청은 195억원이 투입되는 이번 공사를 통해 석탑을 해체 보수 직전의 모습에 최대한 가깝게 복원한다는 방침이다. 원래 9층으로 추정되지만 6층(높이 14.6m)까지만 복원하기로 했다. 그동안 9층까지 복원하자는 의견과 비교적 온전한 모습을 갖춘 2층까지만 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국립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미륵사지를 비롯한 백제역사문화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는 진정성을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해체 이전의 모습인 6층까지만 복원하기로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미륵사지 석탑은 기단의 한 변 길이가 12.5m나 되는 대형 탑이다. 복원에 쓰이는 석재의 전체 무게만 1,800톤가량 된다. 원형에 최대한 가깝게 복원한다는 방침에 따라 기존 석부재를 활용하고 새로운 석재는 되도록 쓰지 않기로 했다. 최종덕 문화재청 정책국장은 "미륵사지 석탑 복원 작업은 과거의 상처를 씻고 민족 정기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 말했다.
미륵사지 석탑은 1998년 구조 안전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이듬해 문화재위원회에서 해체 보수가 결정된 뒤 실제 해체는 2001년 10월 31일 시작됐다. 이 와중에 2009년 1월, 1층 심주석에서 국보급 유물인 사리장엄이 발견되면서 석탑이 건립된 정확한 시기를 백제 무왕 때인 639년으로 확정했다.
익산=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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