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이들에게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그런 서사를 유포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실패를 가르치는 작가입니다. 끝없는 상실과 실패가 쌓여 어쩌다 한 번쯤 성공도 해보는 것, 그게 인생 아닌가요?"
등을 쓴 동화작가 유은실(39)씨가 3년 만에 장편동화 (비룡소 발행)을 발표했다. 동화로는 이례적으로 탄생 이전부터 30세 청년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작가는 "12년 전 처음 쓰기 시작해 쓰다 덮어두다 다시 고쳐 쓰기를 반복해 마침내 완성한 작품"이라며 "제가 동화작가로 성장해가는 과정 그 자체가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은 결혼 15년 만에 어렵게 가져 '7월 7일'에 낳은 문방구집 귀한 아들 일수가 일등 수재가 되라는 부모의 바람과는 달리, 잘하는 것도 못하는 것도 없는 "완벽하게 보통인" 아이로 자라나 나의 쓸모란 무엇일까를 마침내 스스로 고민하게 되는 과정을 유머와 해학이 넘치는 짠한 언어로 그렸다. "하면 된다"고 쓴 일수의 붓글씨가 개교 30주년 기념 전시회에 뽑히면서 마침내 발굴된 아들의 재능에 흥분하는 엄마의 모습은 오늘날 한국 엄마의 전형. 그러므로 일수 아빠의 "일수한테 너무 기대하지 마. 대단해지지 않았을 때, 엄마에게 죄지은 느낌으로 계속 살게 될지도 몰라"라는 말에 뜨끔하지 않을 엄마도 이 땅에는 드물 것이다.
"동화작가가 정말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인생에 대한 냉소라고 생각해요. 엉망진창인 그대로가 바로 삶이고, 중요한 건 우리의 쓸모를 알아가는 것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어머니들께 꼭 말씀 드리고 싶어요. 제발 아이들에게 헤맬 시간을 좀 주시라고요."
문예창작과에 다니던 20대부터 동화작가를 꿈꿨던 그는 "저의 문학적 자아가 동화적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며 "청춘을 걸고 동화를 써온 것에 조금도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 종종 엄마들에게 '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지 않느냐' '어른들을 왜 우스꽝스럽게 그리느냐' '엄마의 아름다움을 왜 찬양하지 않느냐' 등의 항의를 받기도 하지만, 그는 "동화는 중립적 장르가 아니다. 아이들의 편을 들어주는 장르다"고 잘라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제 동화를 읽었다는 대학생 팬들도 있어요. 어른이 돼서도 창작동화를 읽게 만드는 그런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동화에서 연령대를 점점 더 낮춰서 마지막에는 글이 하나도 없는 그림책의 구성까지 해보고 싶어요. 나의 언어가 하나도 없는 내 책을 만들게 되면 참 근사할 것 같아요."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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