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소득세 독촉장을 받았다. 딸려 나온 지방소득세까지 합하면 무려 몇십만 원. 이게 뭐라? 이런 게 왜 나한테? 세무서에 전화를 했다. 지난 5월에 나는 종합소득세 신고를 했다, 국세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안내 매뉴얼이 시키는 대로 다 했다, 이 고지서 뭐 잘못된 거 아닌가? 따지듯 물었더니 담당자가 대답하길, 전자 신고 때 페이지를 넘겨 클릭 단추를 눌러야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러지 않아 수입 일부가 누락되었단다. 왜요? 뭐가요? 언제요? 하며 초딩 수준의 질문만 연거푸 던졌더니 저쪽에서 한숨이 들렸다. 나 역시도 스스로 한심해져 결국은 알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끊었지만 여전히 속이 상했다.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잘못한 거라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억울했고, 무엇보다 생돈이 아까웠다. 늘 세금을 미리 제하고 월급이나 원고료를 받은 터라 소득세를 따로 내본 적이 없고 정산 후에는 늘 환급받는 입장이었다. 이 상황에 처하고 보니 탈세하는 마음마저 이해될 듯 했다. 머리로는 늘 증세가 필요하다고 여기는 입장이었는데, 막상 닥치니 내 걸 빼앗기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덕분에 체납 세금 앞에서 여러 가지를 배운다. 기분은 판단력이 아니라는 거. 꼼꼼히 따져보되, 좀 더 복된 세상을 누리기 위해서는 기분의 저항감에 저항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 그리고 내가 낸 세금이 엄한 데 쓰이지 않는지 제대로 감시해야겠다는 거.
소설가 신해욱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