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과 이산, 실향 등 우리나라 근대사의 중요한 역사를 간직한 국내 유일의 도개교였던 부산 영도대교가 47년 만에 다시 들린다.
도개교란 배가 이동할 수 있도록 상판을 들어주는 기능을 가진 교량으로 양쪽으로 열려 올라가는 이엽식과 한쪽만 들어올리는 일엽식이 있으며 영도대교는 일엽식이다.
부산시는 27일 오후 2시 중구 남포동 자갈치 매립지에서 도개기능을 회복한 새 영도대교 개통식을 개최한다.
중구와 영도구를 잇는 영도대교는 1934년 11월 준공됐다. 당시 명칭은 영도다리.
하루 2~7차례 들리면서 그 아래로 선박이 통과해 ‘부산항의 명물’로 자리잡았으나 다리를 들어올리는 기계가 낡아 안전성 문제가 제기된데다 교통량이 증가하면서 차량 통행을 방해한다는 지적 등에 따라 1966년 9월 도개기능이 중단됐다.
게다가 1980년 중구와 영도구를 잇는 부산대교가 건설되면서 명성이 무색해졌고, 이름도 영도대교로 바뀌었다.
영도대교는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민족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1931년 다리 공사가 시작된 후 국내 노동자 수만명이 강제 동원돼 수십명이 다치거나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도개기능을 갖춘 이유는 다리가 남항과 북항 사이에 위치한 탓에 큰 배들이 영도 남쪽을 돌아서 운항해야 하는 시간 등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특히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당시 부산으로 몰려든 수많은 피란민들이 살 곳을 구하지 못해 영도다리 아래서 비를 피하고 잠을 청했다.
때문에 가족과 헤어진 피란민들은 이 곳을 ‘만남의 장소’로 이용했고, 다리 주변에는 가족의 생사를 몰라 답답해 하는 이들을 상대로 한 점집이 성행했다.
영도대교에 얽힌 실향민의 애환은 가수 현인의 인기곡 ‘굳세어라 금순아’ 가사에 잘 나타나 있다.
여기다 타향살이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장소로도 이용되는 등 여러모로 많은 사연이 깃든 곳이다.
영도대교는 2000년 11월 롯데쇼핑㈜이 제2롯데월드 조성을 위해 기존 4차로에서 6차로로 확장하는 조건으로 건축허가를 받은 후 보존과 철거, 복원 방법 등을 놓고 오랜 논란을 거쳤다.
2009년 ‘교량 해체 후 복원 결정’이 내려졌고 롯데쇼핑이 공사비 1,000억여원을 전액 부담하는 조건으로 새 교량 공사가 시작됐다.
복원된 영도대교는 길이 214.8m로 이전과 같지만 폭은 18.3m에서 25.3m로 넓어졌다. 도개는 1,000톤급 배가 통과할 수 있도록 2분여 만에 75도 각도로 세워진다.
이날 개통식은 식전행사로 타악 퍼포먼스 등 문화공연과 함께 영도대교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하는 영상물이 상영된다.
이어 본 행사에서는 47년 만에 다리를 힘차게 들어올리는 도개식 행사가 진행된다.
도개 시 영도다리 밑으로 항만소방서 소속 소방정 2대가 오색 물대포 쇼를 연출하고, 도개 후 중구와 영도구 양쪽에서 각각 최고령자 2명(남녀 각 1명)과 어린이 30명(남녀 각 15명)이 첫발을 내디디고 다리 중간에서 만남의 행사를 갖는다.
오후 4시부터 진행될 식후행사에는 유명 가수들의 공연에 이어 오후 6시부터 15분간 불꽃축제도 열린다.
개통식을 위해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영도대교 통행이 전면 금지된다.
부대행사도 다양해 낮 12시~오후 6시 인근 롯데백화점 부산광복점 일원에서는 ▦추억의 먹거리 장터 ▦수영야류 ▦마임 공연 ▦굳세어라 금순이 선발대회 등이 펼쳐진다.
롯데백화점은 다음달 8일까지 시내 4개 백화점을 찾는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2,000만원 상당의 ‘추억의 영도대교 24K 황금모형(112.7돈)’을 증정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한다.
시 관계자는 “개통식 이후 매일 낮 12시에 한 번씩 영도대교를 도개하며, 다리를 들고 내리는 시간 4분을 포함해 총 15분 동안 진행한다”고 밝혔다.
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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