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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미사 파문] '대선 개입' 본질은 사라지고… 박신부 돌출 발언에만 십자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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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미사 파문] '대선 개입' 본질은 사라지고… 박신부 돌출 발언에만 십자포화

입력
2013.11.25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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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25일 천주교 박창신 원로신부의 발언에 집중포화를 쏟아 부은 것을 두고 "본질을 흐리기 위한 과도한 종북몰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국미사 강론의 요지였던 국가기관의 불법적인 대선 개입에는 함구한 채 곁가지로 언급된 천안함ㆍ연평도ㆍNLL 관련 발언만을 지나치게 부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당정청은 약속이나 한 듯 박 신부의 발언에 초강경 대응으로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실상 박 신부의 발언을 겨냥해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정홍원 총리는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북한을 옹호하고 찬양하는 듯한, 참으로 경악스러운 일"이라고 비난했다. 황우여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종교인에게는 엄연히 조국이 있다"면서 '북한의 지령' 가능성까지 거론했고, 최경환 원내대표는 "그 분들이 진정 해야 할 일은 종북이 아니라 북한에 선교하고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 분위기는 더욱 강경했다. 이혜훈 최고위원은 "그들이 발언이 종북이 아니면 무엇이 종북이냐"고, 심재철 최고위원은 "종북이 아니면 누가 이런 말을 하겠느냐"고 했다. 이날 최고위원회 발언자 대부분은 사실상 박 신부를 '종북주의자'로 규정하고 일부는 정의구현사제단의 해체를 주장하기도 했다.

물론 박 신부의 일부 발언이 지나쳤다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듣기에 따라선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과 천안함 폭침을 당연시했고, NLL을 무력화하는 주장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자칫 국가기관 대선 개입을 비판하는 목소리 전체가 묻힐 수도 있는 위험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사제복을 입은 한 자연인의 발언을 두고 당정청이 일제히 강경대응에 나선 것에 대해서는 과도한 대응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사제단이 시국미사를 집전한 이유는 국가기관 대선 개입 문제인데도 이에 대해선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은 채 박 신부의 일부 발언을 계기로 '종북몰이'에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여권에서는 시국미사 참석자들이 주장하는 대선 개입의 본질은 외면하고 오히려 "국정원 댓글 121만건이 추가 발견된 게 제일 큰 걸림돌이었는데 박 신부가 우리를 도왔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왔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촛불시위에 무대응하던 당정청이 갑작스레 태도를 바꾼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정국전환 의도가 적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노무현ㆍ이명박정부 때도 대통령 퇴진을 요구한 사제단이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 것은 국가기관 대선 개입 사건의 엄중함을 환기시키려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일부 문제 발언에 색깔을 입혀 이것만 과도하게 부각시키는 건 본질을 호도하는 꼼수로 비판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정청이 박 신부를 특정하긴 했지만 천주교계 전체를 향한 엄중경고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천주교의 정권퇴진운동이 다른 종교로 확산되는 분위기에 당황한 나머지 자칫 사회 전반의 촛불시위로 번질 가능성을 차단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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