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퍼붓던 겨울 비는 거짓말처럼 새벽녘에 뚝 그쳤다. 점령군처럼 하늘을 뒤덮은 먹구름 사이를 뚫고 아침 햇살이 쏟아졌다. 9개 시도 대표 선수들과 대회 관계자들은 저마다 안도의 웃음꽃을 활짝 피웠다. 25일 오전 10시 밀양시청 앞 왕복 6차선대로. 제59회 부산~서울 대역전경주대회(이하 경부역전마라톤) 이틀째 레이스를 알리는 출발총성이 울렸다.
비는 멈췄으나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다. 레이스 초반 오락가락 흩날리던 비는 오히려 철각들의 더운 입김을 식혀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칼바람이 거세게 불어, 발걸음을 붙잡기 시작했다. 나무가 줄기째 흔들리고 걷기조차 힘들다는 초속 8m 풍속이었다.
충북이 경부역전마라톤 밀양~대구 67.6㎞ 대구간을 3시간36분05초로 가장 먼저 골인해 8연패를 향한 고삐를 더욱 바짝 당겼다. 이틀 연속 종합기록 선두를 빼앗기지 않은 충북은 2위와의 격차를 5분14초로 벌렸다. 충북의 힘은 주자들의 고른 성적에서 나왔다. 충북은 이날 8개 소구간 중 1위에 오른 구간은 한번도 없었다. 막판 7,8소구간에선 4위와 3위로 밀려나기도 했다. 하지만 나머지 전 구간을 모두 2위로 통과하는 기복 없는 레이스를 보였다. 육상 관계자들은 “충북이 앞설 때는 분(分)단위로 압도적인 격차를 보이고, 뒤처질 때는 초(秒)단위로 근소하게 미끄러져, 좀처럼 역전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표현했다.
출발은 서울이 좋았다. 전날 대저동~김해 구간 5.9㎞를 1위로 달린 오달님(18ㆍ오류고)이 이날 제1소구간(밀양~상동ㆍ7.9㎞)을 26분29초로 가장 먼저 통과했다. 오달님의 이틀 연속 소구간 1위 질주다.
3소구간(신도리~청도ㆍ8㎞)에선 조용원(22ㆍ건국대)이 펄펄 날았다. 4위로 어깨 끈을 이어받은 조용원은 24분21초, 1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2위를 24초차로 따돌린 화끈한 행보였다. 서울은 조용원의 깜짝 질주로 밀양~대구 대구간에서 충북을 2위로 제치고 ‘잠시’ 선두로 나서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서울은 이어 7소구간(경산~이천동ㆍ8.3㎞)에서도 강순복(18ㆍ배문고)이 1위로 나서는 등 3개 소구간을 석권해, 이날 대구간을 2위로 마쳤다. 하지만 종합기록에선 전남에 10초 뒤진 3위다. 이영수(52) 서울 육련사무국장은 “선수들에게 ‘타도 전남’을 위한 당근을 많이 제시했다. 대구~김천 대구간에서 전남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전남은 3회 연속 최우수선수(MVP)에 도전하는 백승호(23ㆍ삼성전자)와 강성권(22ㆍ한체대), 김민(24ㆍ삼성전자)이 나란히 2,4,6소구간을 1위로 질주했으나 나머지 주자들의 뒷심부족으로 대구간에서 4위로 밀려났다. 그러나 종합기록에선 여전히 2위 자리를 지켰다. 특히 김민은 몸을 날려버릴 것 같은 강풍을 뚫고 대회 타이기록을 세워 눈길을 끌었다.
경기도는 베테랑 김영진(31)과 박호선(27ㆍ이상 삼성전자)이 5,8소구간을 선두로 이끌었지만 대구간 3위, 종합 순위 4위 현상유지에 그쳤다.
대구=최형철기자 hc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