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인근에 조성중인 산업단지공사 건설업체를 협박해 자신들이 추천하는 업체에 일감을 주도록 하고, 주민들에게 아무 명분도 없는 ‘활동비’를 걷어 횡령한 ‘주민대책위원’과 이장들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대구 달성경찰서는 대구 달성군 구지면 일대에 조성중인 대구국가과학산업단지 시공사인 A건설 등 5개 현장사무소장을 협박, 자신들이 추천하는 3개 업체를 쓰도록 한 혐의(업무방해 등) 등으로 주민대책위원장 조모(48)씨와 마을이장 양모(65)씨 등 4명을 불구속입건했다. 또 가담 정도가 약한 배모(64)씨 등 마을이장 2명을 달성군청에 통보해 행정처분하도록 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 등은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A건설 현장사무소장 등을 대상으로 “끊임없이 민원을 제기해 공사를 방해하겠다”고 협박해 15억원 규모의 벌목공사와 덤프트럭, 굴삭기 등의 장비대여업자 등 자신들과 친분이 있는 3개 업체가 시공사와 계약하도록 했다.
조씨 등은 승합차로 차량진입로를 막는가 하면 고성능 스피커로 “현장 책임자 누구냐”는 식의 고성을 반복하고, 덤프트럭이 운행하며 날리는 먼지를 촬영한 뒤 언론사에 공개하겠다는 식으로 현장소장들을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소장들은 미리 정해진 공기를 맞추지 못하면 상부의 질책을 받을 수 있고, 자칫하면 거액의 위약금도 물 수 있어 이들의 요구를 일정부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조씨 등은 일부 마을 이장과 함께 대구국가과학산업단지에 편입된 농경지에서 땅을 빌려 농사를 짓던 주민 210명에게 주민대책위원회 활동비 명목으로 모두 2,320여만원을 받아 횡령하기도 했다. 지주에게 돌아가는 부지보상금과 달리 영농손실보상금은 실경작자에게 지급하며, 이때 마을 이장의 확인서가 필요하다는 점을 노려 금품을 챙겼다.
경찰 관계자는 “국책사업이나 대규모 개발사업에 일부 지역 토착세력들이 시공사나 지역주민들을 괴롭히거나 각종 비리를 저지른다는 첩보에 따라 수사에 착수했다”며 “여죄를 캐고 있다”고 말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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