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 문제가 해결 수순을 밟은 것은 일단 북한 핵 문제에도 긍정적인 신호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선례를 남겼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과 이란은 여러모로 상황이 다르다. 이에 기대감과 함께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국제사회는 비핵화를 목표로 이란과 북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좇아왔다. 이란 문제가 해결되면 북한만 남는다. 황지환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24일 "국제사회가 이란 케이스를 본보기로 북한을 향해 여론몰이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란과 북한은 차이가 많다.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으로서 대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평화적 목적의 핵 개발에 주력해왔다. 최근 정권교체를 통해 경제 위주의 정책으로 노선을 바꾸기도 했다. 국제사회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었던 것이다.
반면 북한은 NPT를 탈퇴한 이래 세 차례나 핵 실험을 감행했다. 또한 지난해 핵 보유국을 선언하며 핵 능력 확장에 혈안이 돼 있는 상태다. 특히 김정은 체제는 핵 보유를 국가 존립과 직결된 문제로 인식하고 있어 북한이 포기할 수 없는 카드다.
외교부 2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란과 북한에 대한 핵 협상의 성격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이란의 선례를 통해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의 여건이 조금 나아질 수는 있지만 북한이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 오히려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란과 달리 북한을 압박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한국, 미국 등이 비핵화 사전조치를 강력 주장하고 있지만 북한이 응하지 않아 모처럼 조성된 6자회담 재개 국면이 헛돌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미 오바마 정부는 북핵 문제에 상당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어 이란 사태를 마무리하는 정도에서 사태를 관망할 수도 있다.
조동준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외부 여건과 상관없이 북한 스스로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오히려 북한을 둘러싼 대결과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란 케이스에 따른 기대감으로 단기적으로는 북한의 입장에서 운신의 폭이 넓어질지 모르지만 얼마나 오래갈 지는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란의 경우 독일이 적극적인 중재자로 나섰다. 양측을 상대로 구체적인 안을 제시해 협상을 이끌었다. 북핵 문제의 경우 중국이 중재자를 자임하고 있지만 비핵화 사전조치 등을 놓고 한미일 3국과의 간극이 크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중국이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지만 북한과 특수관계여서 독일 만큼의 역할을 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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