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역내 방송중계권 계약 관행에 대해 반독점 규정 위반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 보도했다. 방송 콘텐츠 공급자와 유료 TV방송업체가 개별국가 단위로 독점 중계권을 매매하는 현행 방식이 보다 싼 가격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고자 하는 역내 시청자의 권리를 해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보도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등 축구 경기, 소니픽쳐스ㆍ21세기폭스 등 대형 제작사가 만든 할리우드 영화를 대상으로 현행 방송중계권 거래 방식의 적법성 여부를 가리는 조사에 착수한다. EC는 방송사가 중계권을 다른 나라에 팔거나 해외 시청자의 방송중계 요구에 응할 수 없도록 한 현행 계약이 반독점 규정에 어긋나는지를 판단할 방침이다. 규정 위반 판정이 날 경우 EC는 해당 업체 매출의 최대 10%를 벌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유럽의 스포츠ㆍ영화 방송채널은 대부분 방송사가 콘텐츠 공급자와 계약을 통해 해당 국가에서 독점 방송할 수 있는 중계권을 따낸 뒤 국가별 고유 암호가 내장된 방송 수신카드를 회원 가입자의 TV에 장착해주고 시청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유럽에서 인기있는 EPL의 경우 잉글랜드축구협회가 스카이TV, ESPN 등 방송사에 국가 단위로 중계권을 판매한다.
이번 조사는 유럽사법재판소(EJC)의 2011년 판결이 계기가 됐다. EPL 중계방송 시청료 절감을 위해 그리스 방송사의 위성 수신카드를 TV에 달았다가 2005년 잉글랜드축구협회에 고소 당한 영국 술집 주인에 대해 EJC가 “경기 중계권을 구매한 방송사들이 특정 수신카드만 이용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공정경쟁 관련 EU 규정에 위반된다”고 판결했다. 당시 영국에서 EPL 독점 중계권을 가진 스카이TV의 시청료는 그리스 중계권자 노바보다 4배 이상 비쌌다. 재판부는 EU 28개국의 단일시장을 ‘특정한 산업적 국경’으로 차단할 수 없으며 방송 중계권 시장의 ‘영토 독점권’ 관행은 단일시장 및 자유무역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한에서만 인정된다고 밝혔다.
FT는 유럽 유료TV 시장이 중계권료 판매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콘텐츠 공급업체와 독점 콘텐츠로 시청자를 끌어들이려는 방송사의 이해관계에 기반해 왔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조치가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계권이 개별 국가가 아닌 EU 전체 차원에서 계약된다면 가난한 국가에서 오히려 시청료가 오르는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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