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두고 서로를 비방하며 얼굴을 붉히고 있다.
양측의 갈등은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해 EU와의 협력협정 체결을 코 앞에 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압력으로 21일(현지시간) 돌연 협상 중단을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EU와 우크라이나는 28, 29일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열리는 'EU-동부파트너십' 정상회의에서 협력협정을 체결하려 했었다.
EU는 "러시아가 경제적 압박으로 우크라이나의 협정 체결을 좌절시켰다"고 러시아를 비난했다. 카를 빌트 스웨덴 외무장관은 "야만적인 압력의 정치가 작동해 우크라이나가 크렘린 앞에 무릎을 꿇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우크라이나 시민 수천명도 23일 수도 키예프와 서부 리보프 등의 도시에서 정부의 협상 중단 결정에 반발하며 시위했다. 야권은 "유럽과의 통합 과정을 중단키로 한 정부의 결정은 국가 반역죄에 해당한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EU가 우크라이나의 협상 중단 결정을 뒤집으려 대규모 항의 시위를 지원하고 있다"며 "이것이 압력이며 협박"이라고 역공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공보수석도 "우크라이나 정부의 결정은 전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주권적 결정"이라며 "우리가 논평할 것이 아니다"고 거들었다.
안팎으로 난처해진 우크라이나는 다음 주 러시아-우크라이나-EU 3자 협상 개최를 제안했다. 푸틴 대통령은 "EU와 우크라이나가 협정을 체결하기 전에 3자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며 조건부 찬성의 뜻을 밝혔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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