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시국미사 중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을 빚은 박창신(71) 천주교 전주교구 원로신부는 24일 "어떤 비판에도 상관없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운동을 하겠다"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당시 시국미사와 강론의 핵심은 정부가 지난 대선에서 '종북몰이'를 통해 국가정보원을 이용한 점을 비판한 것"이라며 "내 강론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라"고 주문했다.
박 신부는 연평도 포격 발언에 대해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군사분계선이 아니고 유엔군사령관이 그어놓은 것으로 북한이 자기 영해라고 주장하고 남한도 우리 NLL이라고 하는데 왜 거기서 훈련을 하느냐는 취지"라고 거듭 밝혔다.
1973년 사제 서품을 받고 익산, 정읍, 전주 성당 등에서 사제로 부역하다 2012년 8월 은퇴한 박 신부는 전북 지역에서 대표적인 '진보 강성 신부'로 알려져 있다. 익산 여산성당 주임 신부로 있던 1980년 6월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유인물을 신자들에게 나눠주다 괴한들로부터 습격을 당한 후유증으로 지금도 한쪽 다리가 불편하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측은 "사제의 발언은 종교 행위의 일부인데 이를 문제 삼는 것 자체가 종교 행위에 대한 침해"라면서도 공식 대응은 자제했다. 전준영 사무국장은 "NLL 발언은 시국미사의 본질이 아니며 보수 정권과 보수 언론이 이를 꼬투리 삼아 매도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입장을 밝히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천주교계는 시국미사 논란으로 종일 몸살을 앓았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들이 서울 명동성당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사퇴 요구 및 박 신부의 NLL 관련 발언을 성토했다. 이날 오후에는 시국미사에 불만을 품은 충남 아산의 유모(69)씨가 명동성당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경찰에 허위 신고를 해 신자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 천주교 공식기구인 주교회의 측은 "할 말이 없다"며 공식 언급을 꺼렸고, 정의구현전국사제단도 "전주교구의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대주교는 명동성당에서 집전한 미사에서 "정치참여는 그리스도인의 의무"라면서도 사제들이 정치적, 사회적으로 직접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피력했다.
그러나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측은 "전주, 익산, 정읍 등 지역순회 시국미사를 예정대로 열어 박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겠다"고 밝혀 시국미사의 파장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수학기자 shchoi@hk.co.kr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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