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다시 'MAMA'를 보러 왔어요. 한국 스타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특히 빅뱅의 지드래곤이 상을 많이 받아서 기뻐요."
홍콩 소녀 제니(17)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22일 오후 7시(현지시간) 홍콩 퉁청의 아시아 월드엑스포 아레나(AWE)에서 열린 CJ E&M의 '2013 엠넷 아시아 뮤직 어워즈'(Mnet Asia Music Awards, 이하 MAMA) 현장. 제니는 5명의 친구들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 지드래곤의 팬인 이들은 평소 그가 즐겨 쓰는 캡 모자와 치렁치렁 목을 감는 금빛 목걸이, 발목까지 올라오는 운동화로 한껏 멋을 냈다. 이날 지드래곤은 대상인 '올해의 가수상'을 비롯해 '베스트 뮤직비디오상', '남자 가수상', '베스트 댄스 퍼포먼스 남자 솔로상' 을 휩쓸며 4관왕에 올랐다.
행사장을 가득 메운 1만여 관객의 80% 이상은 10대 청소년들이었다. 제니와 친구들은 2층 좌석에서 공연을 즐겼는데, 1,280홍콩달러 즉 우리 돈으로 17만4,000원이라는 꽤 높은 가격을 지불했다. 그러나 이들은 "아깝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한류 스타들이 한 명씩 호명되거나 큰 화면에 비칠 때마다 '꺄악!'하는 환호성을 질렀고, 스타들이 내뱉는 말과 유머를 모두 알아들은 듯 함께 웃고 호응했다. 모든 노래를 따라 하고, 좋아하는 스타의 이름도 큰 소리로 부르며 열광했다.
MAMA는 1999년 뮤직비디오 시상식'엠넷 뮤직 비디오 어워즈'로 출발했다. 2006년 뮤직비디오와 한국 대중음악을 총결산하는 '엠넷 KM 뮤직 페스티벌'로, 다시 2009년 MAMA로 발전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2010년부터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시상식으로 바뀌어 마카오(2010), 싱가포르(2011), 홍콩(2012, 2013)에서 진행됐다. 첫 MAMA 때는 온라인 생중계 위주로 각국 팬들을 만났다면, 올해는 미디어 파트너로 새로 합류한 홍콩 최대 엔터테인먼트기업 '미디어 아시아'와 중국 최대 동영상 포털 사이트 '요우쿠 투도우'를 통해 93개국에서 약 24억 명의 시청자에게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 다국적 기업의 스폰서 참여도 작년보다 4배 증가했다. 특히 올해는 미국 팝의 전설 스티비 원더와 홍콩스타 곽부성, 미국 패션 아이콘 패리스 힐튼이 초대돼 알찬 무대를 선보였다.
신형관 엠넷 총괄 상무는 "거대 미디어 기업이 파트너로 참여한 덕분에 약 2,600억원에 달하는 직간접 홍보마케팅 효과를 거뒀다. 경제 가치로 따지면 1조원을 초과하는 성과"라고 밝혔다. 그는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음악산업의 새로운 롤 모델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여전히 한계는 있다. 개리 챈 미디어 아시아 사장은 "K팝의 잠재력은 상당히 크지만 팬층이 너무 어리다. 팬층을 10대보다 더 확장하는 전략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러한 문제는 이번 MAMA에서도 드러났다. 빅뱅, 2NE1, 인피니트, 엑소, 씨스타 등 아이돌 그룹이 축제의 중심이 됐다는 점이다. 대상인 '올해의 노래상'을 받은 가수 조용필은 참석하지도 않았고, '베스트 콘서트 퍼포머상'을 받은 가수 이승철은 노래 한 소절 부르지 않았다. 그나마 댄스그룹 DJ DOC의 이하늘이 오프닝 무대를 꾸몄을 뿐이다. 다양한 음악을 선사해야 하는 무대임에도 아이돌 그룹 일색으로 진행된 것이다. 또한 지난해(37개 부문)에 이어 올해(33개 부문)도 수상자 남발이 이어져 그 의미를 퇴색시켜 아쉬웠다.
홍콩=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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