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규모 국내 1위인 국민은행에서 비리ㆍ횡령 의혹이 잇따라 발각되며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금융당국은 국민은행의 내부통제 체계가 부실한 것을 근본 원인으로 보고, 또다시 특별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르면 25일부터 국민은행에 검사 인력을 대거 투입해 가장 최근에 불거진 보증부 대출 부당 이자 수취건과 내부 직원의 국민주택채권 횡령 사고를 특별 검사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이미 도쿄지점 비자금 의혹에 대해 특별 검사를 받고 있다. 시중은행이 동시에 3건에 대해 특별검사를 받는 것은 초유의 일이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상당수 의혹은 해외지점과 연관돼 있다. 우선 도쿄지점 비자금 조성 의혹의 경우 지점장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가담했다는 점이 확인됐다. 특히 비자금 중 수천만원이 국내 상품권 구입에 흘러 들어 간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정ㆍ관계 로비 사건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또 국민은행이 2대 주주로 있는 카자흐스탄 BCC은행은 지난 3월 카자흐스탄 금융당국으로부터 자금세탁 등의 혐의로 외환 영업업무 1개월 정지를 통보 받았으나, 국내 금융당국과 행장 이사회에는 보고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베이징법인 인사와 관련한 잡음 역시 행장이 당국의 협조요청 공문을 보고 받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당국은 지난 7일 중국 현지 금융당국이 잦은 인사 교체에 대해 불만을 제기함에 따라 시중은행 해외법인 직원의 임기 보장 등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는데, 국민은행은 불과 5일 후 베이징 법인장과 부법인장을 동시에 교체했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이와 관련 당국으로부터 공문을 받은 사실을 보고 받지 못했다고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지점의 비리와 기강 해이가 잇따라 드러남에 따라 앞으로 국민은행은 해외 지점으로 발령 낼 때 주위 평판 등 도덕성을 1순위로 검증할 방침이다.
국내에서는 허위 보고와 횡령 사건이 불거졌다. 국민은행은 보증부대출 부당 이자 수취와 관련해 금융당국에 당초 55억원을 환급하겠다고 했다가 최근 10여억원으로 줄여 보고했다. 당국은 은행연합회와 은행들이 태스크포스까지 구성해 6개월간 작업 끝에 산출한 수치인데 수십억원의 차이가 난 것은 실수로 틀린 것이 아니라 허위보고였다고 보고 있다.
국민은행 본점 직원이 국민주택채권 90억어치 가량을 위조해 횡령한 사실도 발각됐다. 국민은행은 "영업점 직원의 제보로 본부 차원의 자체 조사 결과 국민주택채권의 위조 및 행사 사실을 밝혀냈다" 며 "관련 직원을 즉시 검찰에 고발했으며, 이번 사고로 국민주택채권 소지자와 국민주택기금에 전혀 손실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내부통제 부실이 더는 묵과하기 힘든 지경"이라면서 "행장이 본부장에게 제대로 보고조차 받지 못하면서 각종 문제가 터지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때 임원진이 일제히 물러나고,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으로 교체되는 과정에서 경영진과 실무진의 업무 공백이 발생한 것이 내부 통제가 안 된 원인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국민은행과 같은 유사사례 재발을 막기 위해 내년부터 시중은행에 대한 내부통제 관련 제재를 강화할 방침이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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