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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11월 25일] 대화는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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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11월 25일] 대화는 계속돼야 한다

입력
2013.11.24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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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의 우의를 다지기 위한 양국 정치인과 기업인 모임인 한일협력위원회 합동총회가 최근 도쿄에서 열렸는데 행사 도중 잠시 파행이 있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국은 어리석은 나라"라고 비하했다는 일본 주간지 보도를 문제 삼아, 한국 국회의원들이 일본 국회의원들과의 오찬 간담회 및 총회 참석을 거부한 것이다.

가뜩이나 한일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나온 아베 총리의 발언은 진위 여부를 떠나 한국 국회의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을 것이고 그것이 그들로 하여금 어떤 식으로든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 점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행사 자체를 거부한 것에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오히려 일본 의원들과 예정대로 오찬을 함께 하면서 아베 총리 발언의 진위를 따져 물었더라면 외교 성과를 좀 더 냈을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본 대기업 상사맨으로 한국에서 30년 가량 근무한 모모세 다다시가 펴낸 라는 책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일본의 전직 장관이나 우파 의원들이 망언을 터뜨릴 때마다 한국에선 온통 벌집을 쑤신 듯한 소동이 벌어지고 반일ㆍ극일의 구호가 하늘을 찌른다. 한국의 외무부는 강력히 항의하고 일본의 망언 당사자는 발언이 와전됐다고 해명하거나 한발 물러나 사과한다. 그러나 얼마쯤 지나면 또 똑 같은 일이 벌어진다.' 모모세가 이 책을 쓴 시기가 1996년이지만 마치 요즘 일어나고 있는 한일 갈등을 표현하는 듯 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독도를 방문한 뒤 일왕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일본에서는 아베가 재집권한 뒤 과거사 왜곡 발언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한일 양국의 관계가 역대 최악이라는 보도가 자주 나온다. 하지만 외교 전문가들은 이전에도 한일관계는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해왔다고 말한다.

냉온탕을 오가는 한일관계 속에서 양국의 극렬 세력들은 관계 단절이라는 극약 처방까지 거론하며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하지만 양국 관계가 좋지 않았던 시기에도 두 나라 정상과 정치권의 대화는 끊어지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양국 관계를 악화시키는 쪽은 늘 정치권이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취임 1년이 다 되도록 정상회담을 하지 않고 있다. 외교 실무자들의 구체적 논의에 진전이 없는 한 정상회담을 한다고 해도 그것은 해가 넘어가야 가능할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퇴행적 역사 인식을 문제 삼아 정상회담에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대신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의 정상과 만나 아베 총리의 역사 인식이 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과는 등을 돌린 채 주변 국가 정상들을 통해 간접 압박을 넣는 식의 외교가 길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1년 12월 교토에서 노다 요시히코 전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면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성의있는 자세를 강경하게 요구했다. 노다 전 총리는 "위안부 문제는 법적으로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으로 맞섰고 두 정상은 결국 얼굴을 붉힌 채 헤어졌다. 일부 실무진은 하지 말았어야 할 회담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일본은 태도에 변화를 보였고 노다 전 총리는 사죄 친서 발송, 보상금 지원 등을 제안했다. 이 제안이 양국 정권의 말기에 이뤄지는 바람에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채 흐지부지됐지만 교토에서 두 정상이 불편한 대화를 갖지 않았다면 이런 제안조차 없었을 것이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 두 정상의 첫 회담은 껄끄럽겠지만 그것이 양국 문제를 풀어나가는 실마리인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하루 빨리 만나는 것이 좋다. 내년은 한일 양국 정상의 대화 소식을 전하느라 바쁜 한 해였으면 좋겠다.

한창만 도쿄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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