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관상과 사주팔자는 값어치를 한다”
말복 하루 전날 생각도 못한 택배가 왔다. A사장이 물만 넣고 끓이면 세상에서 제일 맛있고 영양가 최고일 것 같은 삼계탕 재료를 보내온 것이다. 재료도 최상급이었지만 창호지에 싸서 정성스럽게 포장한 것을 보니 A사장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
A사장은 1년 전만 해도 내가 가끔 이용하는 식당의 찬모였다. 한번은 늦은 점심시간에 갔더니 찬모와 서빙하는 아주머니들이 수다를 떨고 있어 엿듣게 되었다. 그때 50대 초반인 A사장이 신세를 한탄하는 바람에 그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을 수 없게 했다.
“다들 내 코에 복이 붙었다는데 이 모양 이 꼴이니 관상 그거 말짱 꽝이야.”
실례를 무릅 쓰고 A사장의 코를 보니 요즘 젊은이들 말로 장난이 아니다. 얼굴에 비해 코가 큰 편이어서 조화롭지는 못했지만 돈을 부르는 ‘복코’였다.
둥글고 볼륨감이 있으며 코 벽의 두께도 적당했다. 게다가 콧구멍도 드러나지 않아 흔히 말하는 돈이 따라다닌다는 ‘돈코-복코’의 전형이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돈코의 전형인데, A사장은 잡스의 코를 동양적으로 여성스럽게 축소한 것 같았다.
“아주머니 코가 그야말로 ‘복코’입니다.”
“보살님, 그런데 돈이 안 붙잖아요!”
“장사를 해 보세요. ‘복코’ 값어치 할 것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아는 A사장은 퇴근 후에 상담을 하러 찾아왔다. 장사를 하면 돈을 좀 만질 수 있는 사주였다. 음식장사를 권했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갔다.
직장을 다니다 장사를 하려고 쉬고 있는 딸과 의기투합해 수제 닭갈비 공장을 시작했다. A사장은 닭갈비 재료를 만들고, 딸은 배달을 담당하는, 말 그대로 가내수공업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주문량이 많아져 집 밖에 조그만 공장도 얻고 직원도 4명으로 늘어났다.
관상이 좋다고 인생이 다 잘 풀리는 것은 아니다. 관상과 타고난 사주팔자가 맞으면 관상 값과 사주 값을 한다. A사장은 관상과 사주의 진가를 늦게 발견한 늦복이 많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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