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엔(약 5억3,000만원)이면 충분했다.
삼성이 통큰 결단을 했다. 삼성은 오승환(31ㆍ한신)의 이적료로 단돈 5,000만엔을 받았다. 역대 최소 이적료다. 올 시즌 오승환의 연봉(5억5,000만원)과 비슷한 액수이기도 하다. 시즌 뒤 "오승환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삼성은 3년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한 디펜딩 챔피언다운 모습을 보였다.
예상보다 훨씬 적은 이적료였다. 앞서 일본 무대를 밟은 오승환의 선배 가운데 이적료(임대료 포함)가 가장 적었던 선수는 ‘야생마’ 이상훈이었다. 원 소속팀 LG는 주니치로부터 2억엔의 임대료를 받았다. 이 밖에 해태 선동열은 3억엔(임대료), 이종범은 4억5,000만엔(이적료)이었다. 한화 정민철(요미우리)은 2억5,000만엔(임대료), 현대 정민태(요미우리)는 이적료가 5억엔이나 됐다. 삼성은 이번에 이상훈 보다 1억5,000만엔이나 적은 돈을 받았지만 ‘끝판왕’의 일본 진출을 흔쾌히 허락했다.
‘사자 군단’의 야구 색깔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올해 삼성이 3년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한 원동력은 선수단의 복지다. 완벽한 2군 시스템, 탁월한 부상 관리 능력 등은 삼성이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강 팀 중 하나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밑천이었다. 이른바 선수 제일주의. 이는 오승환의 협상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삼성 관계자는 “한신과의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오승환의 대우였다. 오승환이 역대 최고의 대우를 받길 원했다”며 “처음부터 이적료는 크게 중요치 않았다. 오승환이 좋은 조건으로 일본 무대를 밟게 돼 구단도 기분 좋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한신은 삼성에 줄 이적료로 2억엔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다. 협상 과정에 따라 충분히 3억엔까지도 베팅할 계획이었다. 이럴 때 오승환의 몸값 총액은 7억엔 정도. 하지만 삼성이 예상 외로 이적료에 집착하지 않자 한신은 나머지 금액을 오승환에게 쓰기로 했다. 그렇게 2년 간 최대 9억엔(계약금 2억엔, 연봉 3억, 인센티브 5000만엔)이라는 최고 대우는 만들어졌다.
삼성이 연출하는 ‘인간극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제 2의 야구 인생을 시작하는 오승환은 “아직은 이르지만 선배 이승엽처럼 은퇴는 삼성에서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푸른색 유니폼을 입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면 종착역도 삼성의 홈 구장 대구라는 것이다. 일본 무대를 거쳐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임창용(시카고 컵스)도 은퇴는 반드시 삼성에서 하겠다고 숱하게 밝혔다.
한편 삼성은 지난 22일 한신과 경북 경산 볼파크에서 회동을 갖고 해외 진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갖춘 오승환에 대한 이적을 합의했다. 오승환에게 보장된 금액은 총 8억엔이다. 여기에 연간 인센티브 5,000만엔이 따라붙어 최대 9억엔까지 받을 수 있다. 오승환의 계약은 일본에 진출한 첫 해 국내 선수로는 역대 최고 대우다. 2004년 이승엽(2년 5억엔), 2009년 김태균(3년 7억엔ㆍ이상 지바 롯데), 2011년 이대호(2년 7억엔ㆍ오릭스)를 뛰어넘는 금액이다.
오승환은 “적극적으로 지원해준 친정 팀 삼성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9년간 삼성에서 뛰며 야구 선수로써 좋은 일이 많았는데 막상 떠난다고 생각하니 기억이 새록새록 다 떠오른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어디에 가서 선수 생활을 하든 선수 생활의 마지막 공은 반드시 삼성에 돌아와서 던지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처음부터 좋은 조건으로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준 한신의 진심을 봤기 때문에 한신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2005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오승환은 9년을 뛰며 통산 444경기에서 277세이브(28승13패11홀드) 평균자책점 1.69를 기록했다. 277세이브는 한국 프로야구 역대 통산 최다 세이브 기록이다. 함태수기자
한국스포츠 함태수기자 hts7@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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