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주일 전 까지만 해도 대회 참가 자체를 반신반의 했었다. 경비 마련은 둘째치고 선수 층이 워낙 얇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세환(61ㆍBS금융그룹대표) 신임 부산육상경기연맹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엔트리 신청 마감일에 등록할 수 있었다. 지역 중ㆍ고등학교 선수를 모두 끌어 모았다.”
24일 부산 시청앞 광장에서 출발 총성을 울린 제59회 부산~서울 대역전경주대회(이하 경부역전마라톤ㆍ총연장 534.8㎞)에 참가한 김용범(54) 부산 감독의 말이다. 부산육련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 감독은 “십여년 만의 경부역전마라톤 귀환이다. 부산이 과거에는 4,5위권을 다툴 정도로 만만찮은 세를 과시했다. 이번 대회 출전을 기폭제 삼아 내년부터 육상중흥 5개년 로드맵을 만들어, 초ㆍ중ㆍ고ㆍ대학부로 나눠 중장거리 상비군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고 강조했다.
2002년을 마지막으로 경부역전마라톤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부산이 11년 만에 재출격해 첫째 날 제1소구간에서 신기록을 세우는 존재감을 뽐냈다.
출전 선수 16명중 중고등학생이 10명인 부산은 맏형 김재훈(25ㆍ한국전력)이 부산시청~주례 9.4㎞ 구간을 28분09초에 통과해 안방을 사수했다.
김재훈은 종전 구간기록 29분19초를 1분10초 앞당겨 1구간 신기록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놓았다. 지난달 춘천마라톤에서 2시간18분53초로 외국 선수를 제외하고 국내 2위를 차지한 김재훈은 이날도 2위를 10초차로 따돌리는 관록을 선보였다. 부산체고 시절 은사였던 유재성(53ㆍ원주 상지여고)감독은 “근성과 집념이 대단한 선수다. 진흙 속에 묻혀 있는 진주와 같은 존재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1소구간에선 김재훈을 비롯해 4위까지 구간 신기록을 질주했다.
하지만 첫째 날 부산~밀양(73.3㎞) 대구간 선두는 대회 8연패에 도전하는 충북의 몫이었다. 충북은 3시간48분36초만에 밀양시청 앞을 통과해 2위에 2분01초 앞섰다. 전남이 3시간50분37초로 강력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엄광열(53) 충북 감독은 “전남이 에이스 백승호(23ㆍ삼성전자)와 박주영(35ㆍ한전)을 내보내지도 않았는데 2위로 급부상했다. 향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충북은 신현수(22ㆍ한전)와 류지산(26ㆍ청주시청)이 각각 4,7소구간에서 1위로 나섰고, 2,5,8소구간에선 문정기(25ㆍ영동군청), 김준수(23ㆍ옥천군청), 김상훈(24ㆍ제천시청)이 나란히 2위로 골인하는 고른 기량을 보였다.
다크호스 전남은 5,8소구간에서 강성권(21ㆍ한체대)과 김효수(28ㆍ경찰대)가 1위로 팀을 이끌어 서울과 경기도를 따돌렸다.
서울은 여고생 쌍두마차 오달님, 손유나(이상 18ㆍ오류고)가 각각 3,6구간에서 선두를 달려 눈길을 끌었다. 2005년 이후 우승권에서 ‘2%’ 부족했던 경기도는 2소구간에서 김영진(30ㆍ삼성전자)이 홀로 선두로 나서 고군분투했다. 노장 이두행(32ㆍ고양시청)이 5소구간에서 3위로 뒤처진 게 뼈아팠다.
한편 이날 개막식에는 이영활 부산시 경제부시장과 이준희 한국일보 부사장, 이기웅 대한육상경기연맹 부회장 등이 참석해 9개시도 대표팀을 격려 했다.
밀양=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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