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금융권 광고 모델 '구기 종목이냐 개인 종목이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금융권 광고 모델 '구기 종목이냐 개인 종목이냐'

입력
2013.11.22 21:34
0 0

류현진(LA다저스)이 그간 개인종목 선수들에게 패하기만 했던 구기종목 스타들의 금융광고 승률을 올릴 수 있을까.

농협은행이 메이저리그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류현진을 광고모델로 발탁하면서 야구 축구 등 다른 구기종목 선수들도 금융권의 러브 콜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박찬호(야구) 박지성(축구) 등 구기종목 해외진출 스타들은 이미지마케팅을 중시하는 금융권 광고모델 1순위였다. 하지만 김연아(피겨스케이팅), 손연재(리듬체조), 박태환(수영) 등 개인종목 선수들의 선전이 두드러지면서 뒷자리로 밀려나는 추세였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권의 야구 스타 모시기는 1994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박찬호가 동양인 최다승인 18승을 거둔 2000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KB금융지주(국민카드)는 박찬호에게 8억원 상당을 주고 수백 명의 신부들이 '박찬호 붙잡기 쟁탈전'에 나선 광고를 제작했다. 이어 일본 요미우리자이언츠에 진출한 이승엽까지 광고모델로 영입했다.

축구에 승부를 건 은행도 있었다. 우리금융지주는 프리미어리거인 박지성을, 외환은행은 이영표와 미식축구 스타 하인스 워드를 모델로 내세웠다. 주로 해외에서 활약중인 구기종목 스타들이 2000년대 금융계 광고시장을 접수한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해외진출 운동선수들의 순수한 열정과 도전의식이 꿈을 키우려는 은행 고객들의 이미지와 잘 어울려 광고에 많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구기종목 위주의 해외파 선수들은 금융계 광고에서 하나 둘 자취를 감췄다. 성적 부진 탓에 출전 기회마저 제한되는 경우가 많아 투자에 비해 광고효과가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단체종목 선수들은 광고모델로 뽑히더라도 광고 촬영이나 특정 행사를 제외하면 구단에서 제공한 유니폼을 입었기 때문에 기업 로고를 드러낼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약점도 있었다.

이후 박태환 김연아 손연재 박세리(골프) 추성훈(격투기) 이용대(배드민턴) 장미란(역도) 등 개인종목 출신이 구기종목 스타들의 빈자리를 메웠다. 이들은 모자와 옷 등에 스폰서업체의 로고를 붙이고 대회에 참가하는 것도 가능했다.

특히 국민은행은 2006년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김연아를 유망주 육성 차원에서 광고모델로 발탁한 3년 뒤에 대한민국광고대상을 받는 등 대성공을 거두었다. 금융권에선 이후 숨어있는 스포츠 인재를 광고모델로 발굴해 키워나가는 분위기가 일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스포츠 팬들이 선수를 통해 얻는 이미지가 그대로 기업 이미지로 이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며 "김연아를 계기로 스포츠 스타 후원뿐만 아니라 비인기 종목 후원, 유망주 육성까지 폭을 넓히게 됐다"고 전했다.

대신 구기종목은 TV중계에 노출되는 직접적인 광고방식으로 변화했다. 예컨대 프로야구 선수들 유니폼의 어깨나 가슴, 헬멧 등에 직접 자사로고 등을 부착하게 해 홍보를 하는 식이다. 한 카드사는 특정 프로야구 구단 어깨 로고에 대한 연간 후원금으로 10억원 넘게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은 류현진에게 2년간 160만달러(약 17억원)를 투입했다. 올 연말 이대호 윤석민 오승환 등 프로야구 스타들이 대형계약이나 해외진출을 노리고 있는데다, 기성용 지동원 등 해외파 축구 스타들도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어 류현진의 광고효과에 따라 다시 구기종목 스타들이 금융계를 주름잡을 수도 있다.

농협은 출범 당시인 지난해 최민식 송강호 설경구 등 영화배우와 6개월간 8억원에 계약을 체결했지만,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출범 3년째를 맞는 내년 새로운 도약을 선언한 만큼 류현진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다만 류현진에 대한 활용을 놓고는 고민 중이다. 그와의 계약 조건이 2년간 광고촬영 횟수 4회, 하루 8시간 촬영 등으로 제약이 있는데다, 여전히 야구 선수들은 구단에서 지급한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하기 때문에 농협로고조차 드러내기 어렵기 때문.

농협은행 관계자는 "류현진은 100% 한국에서 키웠는데도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은행으로 거듭나기 위한 100% 국내 자본 농협은행의 이미지와 잘 맞아 모델로 발탁했다"고 말했다. 그는 "신문, 방송광고뿐만 아니라 류현진 등판 경기 때 이닝이 바뀌는 순간 TV화면 밑에 가상광고 노출, 1승할 때마다 금리를 더 주는 관련 예금상품 출시 등으로 효과를 극대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