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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논란… 벌써 제3자가 돼버린 우리의 의식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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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논란… 벌써 제3자가 돼버린 우리의 의식구조

입력
2013.11.22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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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댓글 공작의 규모가 캐면 캘수록 불어나는 것을 보면서 자꾸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와 문재인의 표 차이는 108만표였다. 만약 줄어드는 박근혜의 표가 모두 문재인에게로 간다고 가정하면 54만표로 당락이 뒤바뀐다. 트위터 글에 마음 바꿀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부동표가 그런 글에 영향 받지 않았다고 또 누가 장담하겠나. 지난 대선에 권력의 부정이 개입한 건 사실인데, 정말 그게 당락에 영향을 줄 수준이라면 그 다음에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뭐지. 재선거?

권력기관의 선거 공작을 필요하다면 특검으로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고 생각하다가도 이 대목에 이르면 뭔가 주저하게 된다. 민주화된 줄 알았던 대한민국에서 선거 부정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현실을 심리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재선거라는 초유의 사태도 불안하기 짝이 없다. 그에 앞서 결국 그렇게 안 될 건데 하는 생각이 먼저 밀려든다.

는 재작년 창비 제1회 사회인문학평론상을 수상한 사회비평가가 지금 벌어지고 있는 부정선거 논란을 정리하면서 논란의 주체이자 피해자인 우리 자신의 정서를 되짚어보고, 해결 방향을 제시한 책이다.

지난 대선이 부정선거가 아니라면 박 대통령은 왜 자신이 깨끗한 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이라고 말하지 못하는가 하고 되묻는다. 그리고 권력은 '엄연한 선거 부정을 선거 자체의 공정성과 무관한 대수롭지 않은 개인적 실수쯤으로 규정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성 문제를 전면적으로 제기하려는 모든 시도를 교묘히 무력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선거 부정은 큰 문제가 될 수 없다'는 식의 여권과 청와대, 보수 언론의 논리를 '궤변'이자 '공정선거라는 개념 자체를 뿌리째 뒤흔드는 위험한 주장'이라고 본다. 선거 부정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용납해서는 안 되는 것이며 이런 '원칙을 외면하고 부정하려고 든다면 이야말로 국민에 대한 도전이고 헌정질서에 대한 유린'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일독할 가치가 있게 하는 것은 댓글 사건을 둘러싼 논쟁 한가운데에 있는 우리 자신의 정서ㆍ의식 구조까지 까발리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당신이 승부가 조작됐다고 항의하는 자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면 그 이유는 과연 무엇때문인가. 승부가 조작됐다는 그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어서인가, 아니면 승부가 다 끝났는데도 패자가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구질구질해서인가.' 권력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정치적으로 불온한 존재들을 '윤리적으로 불결한 존재로 치환'해 응징의 대상으로 만드는 '이중화법'을 구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18대 대선이 명백한 부정선거라고 해도 우리가 하야와 재선거를 요구할 수 있을까"라고 그는 물었다. 대답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 그만큼 무력하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18대 대선은 부정선거인가'라는 질문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랬을 때에야 '하야와 재선거가 누군가에게 부탁할 사안이 아닌 주권자인 우리 스스로 결단할 문제라는 걸 자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그 구성원들이 용감하고 힘 있고 위대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권력을 두려워하는 무력하고 나약한 사람이기 때문에 지켜지는 것'이라며 그는 '권리를 강탈당한 우리가 느끼는 그 절박함 앞에 모두가 하나될 때, 민주주의는 주권자 스스로에 의해 비로소 지켜진다'고 말한다. 이 책은 화산처럼 폭발할지 모를 부정선거 논쟁에 부치는 '냉정한 격문'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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