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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건축물이 조화 이루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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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건축물이 조화 이루려면

입력
2013.11.22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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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한 성당, 고대의 사찰, 산 속 개울가의 쉼터. 그곳들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아름답고 질서 있고 조화롭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곳들이 살아 있다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알렉산더의 이 국내에 번역됐다. 1979년에 출간된 이 책은 성공적인 건축에 대해 시대를 초월한 진리를 탐구, 30년 넘게 건축 비평 분야의 스테디셀러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 건축가이자 건축 이론가인 저자는 건물과 마을, 도시가 영원성을 확보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작은 방과 집, 건물군, 마을, 도시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에 영원한 생명을 부여하는 비결이 존재하며, 그것은 인간의 본성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우리는 누구나 건물이나 마을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싶어한다….그것은 자연의 일부를 만들려는 욕구이며, 이미 산과 개울과 들꽃과 바위로 만들어진 세계를 완성하려는 욕구이다. 우리 손으로 우리를 직접 둘러싼 환경을 자연의 방식으로 만들어 그 세계를 완성시키고 싶은 것이다."

책이 말하는 보편 타당한 건축의 핵심은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이다. 건물은 그 자체로 조형물로서 가치를 지니지만 근본적으로는 삶의 터전이기 때문에 인간의 욕구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산업사회는 인간의 본성이 건축과 도시에 반영되는 과정을 앗아갔고 건축가들은 저마다의 미학을 뽐내기 위해 건물을 설계, 결과적으로 인간과 유리된 건물과 도시가 대량 생산됐다. 저자는 문제의 해결책으로 오래된 건축물을 제시한다. 각자 자기가 살 집을 손수 지었던, 그래서 인간의 모든 필요와 본성이 강력하게 반영됐던 건물들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건축서보다는 철학서에 더 가까운 이 책은 안그라픽스가 디자인ㆍ예술ㆍ건축 분야의 고전을 소개하는 'ag 클래식'의 첫 번째 책이다. 30년 전 저자가 했던 고민은, 인간을 배제한 건축물과 도시계획이 판을 치는 요즘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사유를 던져준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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