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생존율이 여성보다 크게 떨어진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타이타닉호 침몰 때도 여성 승객의 생존율은 두 배 가량 남성보다 높았으며, 쇼크 상태에 빠진 환자들 중 여성은 외상 수준이 동일한 남성보다 14%포인트 높은 생존율을 보인다고 확인됐다. 심지어 실제 사형 집행을 당한 살인범도 여성이 남성에 비해 극히 적다.
역사가 시작된 이래 꾸준히 여성보다 많은 것을 누려온 남성들이 어째서 이토록 쉽게 죽는 것일까. 여성보다 고수익을 올리고 각 사회의 이른바 슈퍼파워 집단의 대다수를 점유하고 있음에도 그들은 어째서 여성에 비해 3배 이상 많이 스스로 목숨을 버리고 위태로운 삶을 이어갈까. 우울장애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이며 베스트셀러 의 저자이기도 한 토머스 조이너 미 플로리다주립대 심리학부 교수는 이 책에서 남성이 스스로 파멸로 향하는 심리적인 메커니즘을 해석하고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저자가 주목한 점은 남자의 외로움이다. 남성 위기의 핵심이 외로움이며, 남성 스스로 이 외로움의 실체와 위험도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조이너는 쉽게 친구를 만들던 어린 시절의 행운이 돈과 명예에 몰두하는 어른이 된 후에도 계속된다고 믿는 남자들의 어리석음이 큰 문제라 지적한다. 점차 소극적인 교우 관계로 빠져들면서 스스로 울타리를 만들고 여성보다 쉽게 외로움이라는 치명적인 적을 만난다는 것이다. 비록 여성도 20, 30대를 보내며 남성과 비슷하게 돈과 명예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지만 교우, 사회 관계를 침식하면서까지 스스로 망가지지 않기 때문에 남성만큼 외롭지 않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남자들 가운데 운이 좋은 소수만이 어린 시절 마련한 친구 관계에 의탁해 살아나갈 수 있을 뿐 나머지는 고립의 울타리 안으로 자신을 유폐한다. 저자는 이를 한마디로 '정상에서의 외로움'(이 책의 원제이기도 하다)이라고 표현한다. 인생의 모든 것을 걸고 가지려 하는 재물은 오히려 고립을 초래한다. 세계적인 부자인 잭 웰치와 같은 삶은 명백한 대가로 극한의 고립을 요구한다. "왕관을 쓴 머리는 무겁게 짓눌린다"고 셰익스피어가 에서 한 말은 이와 같은 의미이다.
외로움에서 벗어나려는 남성의 시도들은 대체로 자기 무덤을 파는 어리석은 짓에 불과하다. 패거리 문화를 간접 체험하기 위해 자동차 경주와 골프 TV 중계에 몰입하거나 이혼율을 끌어올리는 혼외정사에 탐닉한다. 이런 돌파구는 외로움을 증폭하고 여성보다 일찍 사망하는 결과를 부른다. 저자는 대신 적극적인 교우 관계를 통해 외로움을 탈출하라고 충고한다. 남성의 외로움을 낭만으로 묘사하거나, 혹은 유약함으로 치부해버린다면 이는 무지하고 비정한 폭력일 뿐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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