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특검을 두고 여야가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검찰의 2차 공소장 변경 직후 파장을 우려하던 새누리당은 다시 강경모드로 유턴했고, 민주당은 국정원 트윗글 121만건 추가 확인과 수사 외압 의혹 등을 거론하며 특검 수용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22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검찰의 2차 공소장 변경에 대해 “스스로의 잘못을 철회하면서 (트윗) 양만 억지로 불린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1차 공소장의 증거로 제시된 5만5,000여건 중 2만7,000여건의 증거는 검찰이 스스로 ‘잘못됐다. 엉터리이다’ 하고 철회하면서 나머지 2만8,000여건에 대해 단순히 봇(bot) 프로그램으로 기계적 리트윗한 것을 포함해 그 양을 억지로 43배까지 불려서 발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검찰이 혐의를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한 것은 최대한 정확히 수사하려 노력하는 것”(민현주 대변인)이라던 전날의 유보적인 분위기와는 확 달라진 모습이다. 한 핵심당직자는 “당 지도부가 2차 공소장 변경과 관련한 대응 방향을 확고히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문제 삼은 트윗 글이 120만건을 넘어서자 ‘일탈 행위’ 정도로 방어하던 논리가 무색해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지만, 결국 이번에도 정면돌파를 택한 셈이다.
실제로 특검 불가에 대한 입장에도 전혀 변함이 없었다. 최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특검 요구를 “대선 결과를 흔드는 것”이라고 규정한 뒤 “먹고 사는 문제와 무관한 국정원 댓글 사건은 검찰 수사와 사법부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기류도 더욱 강경해졌다. 김한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원 등의 조직적 대선 개입은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이 집권연장을 도모한 사건으로 권력 정점에서 개입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지난 9월 3자회동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거론하며 “이제는 박 대통령도 ‘댓글 때문에 당선됐다고 생각하느냐’고 묻기에도 망설여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대표는 이어 “수사 대상인 새누리당이 특검을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도려낼 부분을 도려내고 가지 않으면 정권 내내 발목이 잡혀 꼼짝달싹 못하게 될 것”이라며 특검 도입을 거듭 촉구했다.
하지만 여야 모두에서 지도부의 강경모드와는 다른 분위기도 감지됐다. 새누리당의 한 친박계 의원은 “사실 우리가 특검을 수용했을 때 야당이 더 큰 요구를 하지 않을 거란 확신만 있다면 지도부에게 특검을 받아들이자고 건의할 용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검찰 수사 이후 특검을 실시하는 ‘조건부 특검’이 거론되는 것을 감안하면 특검도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는 기류가 조금씩 확산되는 셈이다.
민주당에선 아예 지도부 내 이견이 공개적으로 표출됐다. 그간 각종 현안을 두고 ‘마이웨이’ 행보를 보여온 조경태 최고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특검을 해서 특별한 게 나온다면 모를까 현재 검찰이 최선을 다해 수사하는 사안에 대해 (특검을) 얘기하는 건 국민들에겐 정치쟁점화로 비칠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렇잖아도 여권의 반대로 ‘양특’ 요구가 막혀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의 적전분열 양상이 나타난 것이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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