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하계 올림픽 유치를 성공시키며 승승장구하던 이노세 나오키 일본 도쿄도지사가 지난해 12월 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의료법인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받은 사실이 드러나 궁지에 몰렸다.
22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이노세 지사는 부지사시절인 지난해 11월 쇼난가마쿠라종합병원에서 요양중인 도쿠다 도라오 전 도쿠슈카이 법인 이사장으로부터 5,000만엔(5억2,500만원)을 제공받았다. 이노세 지사는 "선거 준비로 갑자기 돈이 필요하게 돼 빌렸다"며 "실제로 선거를 치러보니 돈이 많이 들지 않아 나중에 되돌려줬다"고 해명했다.
일본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도지사 등 선거에 출마하는 입후보자는 선거를 위해 받은 정치자금을 선거운동비용 수지보고서에 기재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금고 혹은 50만엔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이노세 지사는 지난해 12월 도쿄도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수지보고서 수입란에 도쿠슈카이로부터 받은 돈은 기재하지 않았다.
이노세 지사는 선거법 위반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기자회견을 열고 "개인적으로 빌린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이노세 지사와 도쿠다 전 이사장과는 돈거래를 할 정도의 친분이 아니고, 이노세 지사가 돈을 갚은 시기도 일본 검찰이 9월 도쿠슈카이 그룹의 불법선거운동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직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노세 지사는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도지사가 일본유신회 창당을 위해 도지사를 사임하자 지난해 12월 16일 치러진 보궐선거에 출마, 도쿄도지사 선거 사상 최다득표(430만표)를 얻어 당선됐다.
이번 사건이 정치계의 뇌물스캔들로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가고시마 지역 유명 의료법인 도쿠슈카이 그룹의 실질적 경영자인 도쿠다 전 이사장은 자신의 아들 도쿠다 다케시를 지난해 12월 중의원 선거에 당선시키기 위해 가족들과 법인 직원 560여명을 선거운동원으로 동원, 1억4,750만엔의 선거자금을 살포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노세 지사에게 돈이 흘러간 정황을 포착했다.
일본 언론은 도쿠다 전 이사장이 2005년, 2009년에도 같은 방법으로 자신의 아들을 선거에 당선시킨 것으로 보고 있어 공천 등 선거운동 과정에서 적지 않은 뇌물이 정치권에 흘러 들어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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