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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수도 한복판에서 '현대판 노예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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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수도 한복판에서 '현대판 노예 사건'

입력
2013.11.2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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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의 가정집에 30년 동안 감금돼 있던 여성 3명이 구출됐다. 이 중 한 명은 출생 이후 줄곧 감금돼 강제노동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5월 미국에서 10년 동안 갇혀 성적 학대를 받던 여성 3명이 구출된 사건에 이어 일어난 이번 일로 인신매매, 강제노동 등 '현대판 노예제'에서 부유한 서방 국가도 예외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런던경찰청의 발표에 따르면 피해 여성들은 런던 남부 램버스 구역의 가정집에서 지난달 25일 구조됐다. 69세 말레이시아인, 57세 아일랜드인, 30세 영국인인 이들은 현재 보호장소에 머물고 있다. 경찰은 구조 27일 만인 이날 오전 이들을 감금했던 남성과 여성을 인신 예속 및 노동 강요 혐의로 긴급 체포했으나 오후 보석으로 풀어주었다. 경찰은 용의자들이 67세 동갑이며 영국 국적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피해자 중 아일랜드 여성이 지난달 9일 사회구호단체 프리덤채리티에 구조를 요청하면서 알려졌다. 이 여성은 강제결혼 문제를 다룬 BBC방송의 다큐멘터리에서 이 단체의 연락처를 보고 숨겨뒀던 전화기로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 당일 아일랜드인과 영국인 여성이 먼저 빠져 나왔고 말레이시아 여성은 경찰이 집에 들어가 구출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프리덤채리티 측은 "집주인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탈출을 주저하는 피해자들을 안심시키느라 애를 먹었다"고 밝혔다. 피해 여성들은 구조된 이후에도 정신적 혼란을 겪어 경찰이 진술을 받는데 시간이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피해자들은 외출을 거의 못하는 등 자유가 통제된 채 생활했다"며 "신체적, 정신적 학대로 고통 받았으며 성적 학대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가장 어린 피해자인 영국 여성은 출생 직후부터 감금 상태로 지내면서 외부와 교류를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그러나 납치 경위, 감금 생활의 실상, 용의자와 피해자의 관계 등은 수사 중이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일간 데일리메일은 "경찰이 이번 사건이 대형 납치조직과 연계됐을 가능성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사회는 수도 한복판에서 발생한 야만적 사건에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수사를 맡은 케빈 하일랜드 형사는 "인신매매 수사를 전담하고 있지만 이번처럼 30년 동안 갇혀 있던 사건은 영국에서 전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아니타 프렘 프리덤채리티 대표는 "감금 장소는 런던의 평범한 주택가에 있는 평범한 가정집"이라며 "이웃들이 옆집에서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고 있으리라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호주 인권단체 워크프리재단은 지난달 발표한 '2013 세계 노예지수' 보고서에서 영국을 아일랜드, 아이슬란드와 더불어 가장 안전한 지역으로 평가하면서도 영국의 현대판 노예가 4,200~4,600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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