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은 어제 합동참모회의를 열어 차기전투기(F-X)로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35A 40대를 우선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나머지 20대는 안보환경 변화 등을 고려해 추후에 확보하기로 했다. 차기전투기가 F-35A로 낙점된 것은 작전요구성능(ROC)을 '첨단 스텔스 성능과 전자전 능력을 겸비한 전투기'로 수정한 데 따른 것이다. 스텔스 성능을 갖춘 5세대 전투기가 필요하다는 판단과 8조3,000억 원으로 책정된 총사업비 규모를 절충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차기전투기 사업이 오랜 논란 끝에 어정쩡한 모양으로 결론이 난 것은 애초 세웠던 사업의 원칙과 목표가 일관성을 잃고 흔들렸기 때문이다.
공군은 당초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스텔스 성능을 지닌 전투기를 원했다. 그러나 군 당국은 가격과 기술이전 등을 고려해 스텔스 성능을 낮추도록 주문했다. 이런 요건을 충족한 F-15SE가 단독 후보가 됐지만 4세기 전투기로는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다시 스텔스 성능을 높인 것이다.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60대의 전투기 도입이 필요하나 40대에 그치게 된 것도 원칙 없는 사업추진의 결과다. 차기전투기를 직접 운영할 공군이나 핵심 전략무기 도입 사업을 추진하는 군 당국이나 무능과 무소신의 극치라고 밖에는 달리 생각할 여지가 없다. 이렇게 6년이나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귀중한 시간을 허비해 한동안 군의 전력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공군의 노후 전투기가 2017년부터 퇴역하지만 F-35A의 실제 인도는 2018년에나 시작되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결정된 F-35A가 도입될 때까지 남은 문제도 적지 않다. 경쟁 기종이 없어 수의계약을 하게 돼 우리 정부가 불리한 조건에서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다. F-35A가 미국 공군이 계약 주체가 되는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판매돼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에 필요한 기술 이전을 받기도 어렵게 됐다. 사상 최대의 무기도입 사업을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한 데 대해 군 당국은 깊이 반성해야 한다. 이번 사례를 무기도입 사업 추진방식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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