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사제들이 22일 전북 군산시 수송동 성당에서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을 비판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미사를 가졌다. 전주교구 사제단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18대 대선은 불법ㆍ부정선거라고 규정하고 “모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으므로 사퇴를 표명하라”고 밝혔다. 지난 봄부터 대국민 사과,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지만, 박 대통령은 책임을 전가하면서 발뺌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수사 담당자들을 배제시키고, 국민 여론과 요구를 호도하기 위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유출하고 공개했다고 지적했다.
천주교 본부는 어떤 방침도 정하지 않았고, 정의구현사제단도 내년 1월 총회에서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여 사퇴 촉구는 현재로서는 전주교구만의 입장이다. 하지만 정의구현사제단 일부 기류가 전주교구의 입장에 동의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고, 다른 지역교구 사제단도 시국 미사를 연이어 가질 예정이어서 그 파장은 매우 크다. 자칫 정치권 공방과는 차원이 다른 혼돈과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는 여러 차례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와 조속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비판적 입장에 섰지만, 전주교구의 대통령 사퇴 촉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을 지시하거나 인지했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공분을 야기하고 있는 국정원의 수사 비협조, 검찰수사 외압 등 축소ㆍ은폐 의혹에도 박 대통령이 관여했다는 점이 드러나지 않았다. 단지 정황만으로 국민투표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한다는 것은 법률적으로도 맞지 않고, 정치적으로도 과(過)하다.
다만 박 대통령과 청와대, 새누리당의 인식 전환이 있어야 한다는 점은 다시 한번 지적하고자 한다. 전 정권의 잘못이라면서 이를 도려내는 과감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미적거리고 축소하고 덮으려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정무적 판단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생각마저 든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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