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시즌이 다가오면서, 소설을 봐달라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원고를 보내온다. 소설을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 나는 그다지 좋은 조언자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소설에 무슨 해박한 이론 같은 걸 가지고 있질 않아서 별로 해줄 말이 없기 때문이다. 가르치는 것도 적성에 맞지 않는다. 그런데, 어떤 이들에게는 이런 말을 꼭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소설을 쓰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일을 알고 있다면, 당신은 좋은 소설가가 될 가능성이 별로 없으니, 신중하게 생각하세요." 나는 중학교는 시 쓰는 중을 나왔고 고등학교는 소설 쓰고를 다녔다. 그런데 대학은 왜 그랬대를 졸업했다. 정말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내가 시를 쓰고 소설을 쓰는 게 참 무력하게 느껴진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나도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세상의 여러 일 중에서 그래도 가장 즐겁고 재미있는 게 글을 쓰는 것이니까. 그러니까 맛있는 것을 먹는 것보다, 영화나 멋진 콘서트를 보는 것보다, 연애를 하는 것보다, 여행을 다니는 것보다, 사람들과 어울려 술 먹는 것보다, 쇼핑을 하는 것보다 나는 혼자 글을 쓰는 게 제일 재밌다. 그래서 1급까지는 아니어도 어찌 됐거나 소설가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고 있는 걸 게다. 다른 재미있는 걸 알았다면 어찌됐을까 상상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이긴 하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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