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도박 방조하는 사행산업감독위원회(사감위)를 해체하라!"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성동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앞에 농민 30여명이 모였다. 경마산업 발전을 위한 농축산비상대책위원회(대책위) 소속 농민들이었다. 농민들이 정부의 도박 규제를 반대하고 나선 이유는 '불법 사행산업의 폐해는 방관한 채 합법적인 경마산업만 집중 규제해 축산발전기금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사감위가 준비 중인 제2차 사행산업 건전발전 종합계획안(계획안)에는 경마 경륜 경정 등 경주 사행산업에 대해 ▦전자카드 전면도입 ▦장외 발매소 축소 등 규제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확정안은 내년 1월쯤 나온다.
이 가운데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전자카드제는 1회 베팅 상한액을 제한하는 장치다. 현재 모든 경주 사행산업의 베팅 상한액은 1회 10만원으로 한정돼 있다. 하지만 본인 인증 과정이 없어 유인 창구에서 10만원을 건 사람이 무인 발매기에서도 대당 10만원씩 베팅할 수 있다. 무인 발매기 대수에 따라 많게는 한 경주에 수백만원씩 베팅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전자카드에는 지정맥(손가락 끝부분 정맥의 형상을 이용한 개인 인증 방법)이 등록돼 있기 때문에 유ㆍ무인 창구를 불문하고 한 경주당 상한액 10만원 이상 베팅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대책위는 이런 규제가 오히려 불법 도박을 키운다고 주장한다. 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근 4년간 합법 사행산업에 대한 사감위의 과도한 규제로 불법 도박시장이 40%나 커져 시장 규모가 75조원에 달했다"면서 "이는 18조원 규모인 합법 사행산업의 4배를 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사감위가 불법 도박 근절방안을 모색하기보다 경마산업에 대한 실적쌓기식 규제로 경마산업 이용자들을 불법 도박으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사회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마사회가 지난해 10월부터 전자카드제도를 시범 운영 중인 일부 장외 발매소 이용객을 조사한 결과 '사설 경마나 다른 도박으로 이동한 사람을 알거나 들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수가 각각 42.2%와 55.4%로 나타났다. 마사회 관계자는 "전자카드 이용을 강제하는 것은 고액 구매자들에게 불법 도박 이용 동기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사회는 또 전자카드제 등 규제책이 전면 시행될 경우 지방세수가 급락해 지방재정 악화를 초래하며, 지난해 2,234억원 규모였던 축산발전기금도 2017년부터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마사회가 축산발전기금의 98.16%를 출연한 만큼 경마산업 위축이 기금의 존폐를 좌우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달에는 경기 경남ㆍ북 부산 제주 등 5개 지역자치단체장이 전자카드 도입으로 인한 세수 감소 등을 우려하며 합법 사행산업 규제를 비판하는 공동 건의문을 사감위에 제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베팅 상한선 10만원이 적정한 것인지, 규제로 인한 부작용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사행산업 관계자는 "지금도 불법 도박 수요가 있는데 규제가 더 강화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불법 도박을 이용할 것"이라며 "불법을 최소화하면서 사행산업이 건전하게 관리되도록 정책 효율성을 다시 판단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사감위 관계자는 "관계부처 회의와 공청회를 통해 이용자 보호, 불법 도박 근절 등 계획안의 주요 내용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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