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선거에 개입할 목적으로 트위터에 올린 글이 121만228건에 달한다는 사실은 이들이 윗선의 지시로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움직였다는 유력한 증거로 볼 수 있다. 특히 자동전파 프로그램까지 활용해 선거와 정치 관련 글을 대량 유포한 행위는 포털 사이트에 게시 글이나 댓글을 올린 행위와는 차원이 다른 중대 범죄라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봇 프로그램으로 조직적 유포
검찰이 파악한 국정원의 불법 트위터 글은 지난달 18일 1차 공소장 변경 신청 당시 밝혀낸 5만5,689건과 비교하면 22배에 달한다. 이들 중 '실(實) 텍스트'에 해당하는 최초 글은 2만6,550건. 이 글은 트윗과 리트윗, 동시트윗 등을 거치며 선거 관련 글 64만7,443건, 정치 관련 글 56만2,785건으로 불어났다. 검찰은 자료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빅데이터 분석 전문 업체에 의뢰해 지난 2년 동안 국정원 직원으로 의심되는 트위터 이용자들의 글 2,000만건을 모두 확인했다.
검찰이 주목하는 부분은 트위터의 전파력이다. 국정원 심리전단은 이른바 '봇(bot) 프로그램'을 이용해 여당 후보를 지지하거나 야당 후보를 비난하는 글을 대량으로 퍼뜨렸다. 실 텍스트에는 국정원 직원이 직접 작성한 글도 있고, 언론 기사나 타인의 게시물, 보수논객의 글 등도 포함돼 있다. 전자의 경우 트위터 계정에 글을 띄우면 미리 등록해 둔 여러 개의 '관리 계정'에 동시에 글이 게시되는 '트윗덱' 프로그램이 주로 사용됐다. 언론 기사나 보수논객의 글 등은 '선호 계정'으로 등록해 두면 30분에서 1시간 등 일정 시간 간격으로 이 계정에 새로 올라 온 글을 찾아 자동 유포하는 '트위터피드' 프로그램이 이용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렇게 대량으로 트위터 글이 유포된 이유는 국정원 직원들이 실적과 건수 위주로 상부에 보고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포털 사이트 등의 선거 관련 불법 댓글도 지난 6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기소할 때의 73건에서 114건으로 늘었으며, 정치 관련 댓글도 1,977건에서 2,125건으로 늘었다. 검찰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증거자료가 풍부해진 만큼 공소유지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만7,000건은 왜 빠졌나
검찰은 1차 공소장 변경 신청 당시 트위터 글 5만5,689건 가운데 2만7,000여건에 대해서는 국정원 직원이 작성했다고 보기 어려워 공소사실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부분도 국정원 외부 조력자(PA)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며 검찰의 축소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지회장인 아이디 'KKJ0558'이 작성한 글이 공소사실에서 빠진 점 등을 지적한 것이다.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KKJ0558은 국정원의 외부 조력자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KKJ0558은 국정원 직원도, 외부 조력자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힐 뿐 구체적인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 2만7,000여건의 글을 국정원 직원들이 관리한 외부 조력자가 작성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의심을 받는 이유는 또 있다. 검찰은 지난달 17일 트위터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 직원 3명을 체포했을 당시 '트위터 글 수백만 건이 나왔다'는 얘기가 돌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한 달 만에 사실로 판명 났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에는 트위터 분석이 진행 중이어서 정확한 규모를 알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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