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제네바에서 재개된 이란 핵 협상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버락 오바마 정부가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다시 천명했다.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이날 워싱턴 조지타운대에서 열린 '아시아에서 미국의 미래'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재균형 전략은 오바마 정부 외교정책의 코너스톤"이라며 아시아 중심전략을 수정하지 않을 뜻을 밝혔다. 기초 또는 토대로 번역되는 코너스톤은 '없어서는 안될 빛나는 존재'라는 어감의 단어다. 라이스는 "아시아 밖에서 얼마나 많은 분쟁이 일어나든 미국은 아시아에 책임을 다하겠다"며 "아시아 우방은 그런 대우를 받을 가치가 있고 또 미국으로부터 최고 수준의 관심을 계속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의 외교안보 정책을 책임지는 라이스의 발언은 오바마 2기 정부에서 아시아 중심(pivot) 정책이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나왔다. 오바마 1기 때 선언적 아시아 중심 정책이 2기에서 구체화할 것으로 기대한 아시아권은 지난 10월 오바마의 동아시아정상회의 불참으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더구나 오바마 2기 정부는 '중동으로의 재귀'로 평가될 만큼 외교력을 중동에 집중시켜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멀어지는 듯 보였다. 이날 행사는 이 같은 아시아의 대미 정서에 이상신호가 잡히면서 갑자기 추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라이스는 연설에서 이런 의구심을 떨치려는 듯 오바마의 내년 4월 아시아 순방계획을 처음으로 공개하고,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구체적으로 안보 증진, 번영 확대, 민주적 가치의 육성, 인간존엄의 향상이란 4대 방향으로 제시했다. 그는 필리핀 군사기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연설 상당 부분을 동남아시아에 할애해, 앞으로 정책이 이 지역에 집중될 것임을 시사했다. 동남아는 미국이 주춤하는 사이 중국이 '매력공세'로 지분을 넓혀왔다. 라이스는 일본과 호주를 '완벽한 동맹'으로 표현하고 일본의 NSC 창설에 대해 "일본 파트너와 지역 및 국제적 도전에 대해 긴밀한 협의를 할 수 있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한국에 대해선 "북한 도발을 억지하고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한미 연합전력이 강화하고 있다"고 짧게 평했다.
라이스는 북한과의 대화조건에 대해 ▦진정성 있고 신뢰할만해야 하며 ▦핵 프로그램 모두를 대상으로 하고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이고 불가역인 조치에 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3대 원칙을 제시했다. 그는 "북핵 프로그램의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긴급한 안보 목표의 하나"라면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고 대화 하려는 북한의 시도들은 수용할 수 없고 성공할 수 없다"고 기존 입장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추가 도발한다면 북한은 중대한 비용을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라이스의 발언은 백악관의 대북 입장이 바뀌지 않고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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