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 들어갈 때 벗어놓은 남자들의 신발 속을 들여다본 적 있는가. 밑바닥이 불쑥 솟아올라 있는 구두가 한 켤레쯤은 눈에 띄게 마련이다. 눈높이에서 지고 싶지 않은 남자의 자존심이 엿보인다. 하지만 그 구두의 주인이 연인이나 친한 동료라면 건강을 위해 살짝 귀띔해주는 게 어떨까. 키 높이 깔창이 당신의 자존심을 지켜내는 동안 허리는 속으로 앓고 있을지 모른다고 말이다.
신발 바닥에 덧대는 간편한 방법으로 키가 커 보일 수 있는 키 높이 깔창은 어느새 남성들의 애용품이 됐다. 굽 높이가 5cm 넘는 것도 있다. 이 정도면 여성들의 하이힐 저리 가라다. 하지만 깔창으로 키는 커지지만 허리는 상한다. 발뒤꿈치가 위로 올라가면 몸이 앞으로 쏠리는 걸 막고 무게중심을 바로잡기 위해 반사적으로 허리에 힘을 주면서 상체를 뒤로 젖히게 되기 때문이다.
고도일 고도일병원장은 "이런 자세가 오랫동안 굳어지면 허리 부분은 앞으로 나오고 엉덩이는 반대로 오리 엉덩이처럼 뒤로 들리는 척추전만 증상이 진행될 수 있다"며 "키 높이 깔창을 자주 사용하면 척추가 휘는 만큼 진짜 키는 작아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완만한 'C'자 모양 곡선이어야 할 허리 척추(요추)가 앞으로 튀어 나오면 요추 뒤쪽이 눌리면서 허리 통증이 생긴다. 자세도 불안해져 조금만 중심을 잃어도 넘어지기 일쑤다. 깔창 때문에 발목이 신발 뒤꿈치 위로 올라와 신발이 쉽게 벗겨지는 것도 문제다. 이를 막으려고 발목과 다리에 자신도 모르게 잔뜩 힘을 주고 걷기 때문이다.
키 높이 깔창을 깔면 뒷꿈치가 들리면서 발에 압력이 가해진다. 그 상태가 오래 지속되다 보면 '발 병'이 난다. 엄지발가락이 둘째 발가락 쪽으로 휘면서 변형되는 무지외반증이 대표적이다. 원종원 고도일병원 관절센터 원장은 "보통은 심한 평발이나 발 볼이 넓은 사람에게 흔하지만, 키 높이 깔창을 자주 써도 생긴다"며 "무지외반증이 심해지면 너무 아파 걷기 힘든 지경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발바닥 전체를 둘러싸 정상 발 모양을 유지하고 충격을 흡수해주는 단단한 섬유막(족저근막)이 깔창 때문에 한쪽에서 몸무게를 무리하게 지탱하다 보면 조금만 걸어도 발이 아프다. 이 증상이 진행되면 족저근막염이다.
물론 깔창이 꼭 필요한 사람도 있다. 발바닥이 굴곡 없이 편평한 평발이나 굴곡이 비정상적으로 심한 요족은 발 모양에 맞춘 기능성 깔창으로 교정해줄 필요가 있다. 발에 적당한 굴곡이 있어야 걸을 때 바닥에서 받는 충격이 분산되면서 무릎이나 골반, 척추에도 무리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고 병원장은 "한쪽 발이 심한 평발이나 요족이면 걸을 때 양쪽 발목이 같은 각도를 이루지 못해 몸의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기울어진다"며 "교정하지 않고 계속 걸어다니면 골반이 틀어지고 척추가 한쪽으로 휘는 척추측만증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능성 깔창은 환자 개인의 발 굴곡, 무릎과 고관절이 움직이는 범위, 근육이 약해진 정도 등을 검사해 맞춤형으로 만들어 사용해야 효과적이다. 이미 골반이 틀어졌거나 척추측만증이 생겼어도 6개월~1년 정도 기능성 깔창을 쓰면 교정이 가능하다. 원 원장은 "양쪽 발 모양이나 어깨 높이가 다르다면 척추가 휘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럴 땐 병원에 가서 X선 촬영으로 이상 여부를 확인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이 발견되면 손으로 변형된 척추와 관절을 회복시키는 도수치료나 기능성 깔창으로 치료할 수 있다.
발 변형을 막기 위해선 발 스트레칭이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엄지발가락을 발등 쪽으로 들어올리거나 발바닥으로 캔이나 병, 공 등을 굴리면 족저근막이 펴지는 효과가 있다. 발가락으로 수건을 집어 올리거나 책장을 넘기는 동작도 발 건강에는 도움이 된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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